'반트럼프' 교황 레오14세, 美 비판 자제 왜?…교회 분열 우려

"美 심각한 양극화 고려해 신중…주교들 통한 간접 비판"

교황 레오14세. 2026.01.28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반트럼프' 성향으로 알려진 교황 레오 14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폭주에도 의외로 날 선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AFP통신은 2일(현지시간) 교황청(바티칸)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가톨릭교회에서 미국의 행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레오 14세는 직접 나서기보다는 신중하고 간접적인 비판을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작년 5월 즉위한 레오 14세는 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다. 선종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보다는 온건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과 강압 외교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

교황은 그러나 최근 몇 주 사이 트럼프 행정부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시도나 연방 요원의 시위대 총격 사살 등 논란이 된 사안들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바티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 등 국제 분쟁 해소를 위해 설립한 '평화 위원회'에 초청받고도 참여 여부를 숙고하고 있다.

교황은 지난해 즉위 직후 가톨릭 신자인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바티칸에서 접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아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티칸 소식통은 "레오 14세는 자신의 목소리가 보편성을 가진다는 점을 안다"며 "미국인으로서 어느 정도 반트럼프 주의이지만 극도로 양극화한 미국 정치 지형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본인이 앞장서기보다는 미국 가톨릭교회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주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비인간적인 이민 단속과 세계 평화 위협을 규탄하는 성명을 낼 때마다 이를 묵묵히 승인했다.

이는 미국 교회 내 갈등 악화를 막고 교황의 발언이 특정 집단의 입장으로 해석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마시모 파지올리 트리니티 대학교수는 "미국 가톨릭교회의 분열 및 역사적인 명성·역할의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