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찬성해놓고"…英, 차고스제도 반환 비판 트럼프에 당혹

英, 모리셔스에 이양 협정 맺어…트럼프 돌연 "美기지 핵심인 섬 넘겨"
그리란드 확보 명분으로도 언급…英야권 "트럼프가 옳다" 스타머 압박

인도양의 영국령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영국이 인도양의 영국령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이양하는 협정을 맺은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엄청나게 어리석은 행위"라고 맹비난하자 영국 정부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놀랍게도 우리의 '뛰어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인 영국이 현재 미국 군사기지의 핵심 거점인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모리셔스에 넘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이 완전히 나약한 행보를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며 "영국이 극히 중요한 영토를 내주는 것은 엄청나게 어리석은 행위로, 그린란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국가 안보상의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2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 모리셔스 간 합의에 찬성한다며 "매우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했다. 동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이번 합의가 "역사적"이라며 치켜세웠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백악관발 충격에 대체로 무덤덤해진 영국 당국자들조차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세를 낮추며 협력을 모색해 온 스타머 총리에게도 곤혹스러운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 소식통은 "아무도 이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측의 동의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어느 정도 해결된 문제라고 느꼈었다"고 WP에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02.28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1965년 모리셔스가 독립을 추진하던 당시 영국은 차고스 제도를 분리해 영국령 인도양 영토로 남게 했다. 모리셔스의 소송 끝에 2019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영국과 모리셔스는 협상 끝에 차고스 제도를 반환하기로 2024년 10월 합의했다. 이때 영국 정부는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 가르시아섬에 있는 미·영 합동군사시설과 관련해 99년 간 임차 계약을 맺고 모리셔스에 연간 1억 100만 파운드(약 2000억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영국은 최종 협상만을 남겨두고 있다.

차고스 제도 반환에 반대하던 영국 보수 정치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일제히 스타머 총리 공격에 나섰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안타깝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옳다. 키어 스타머의 차고스 제도 양도 계획은 영국 안보를 약화시키고 주권 영토를 내주는 끔찍한 정책"이라고 가세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차고스 제도 포기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지속적인 정책 변화가 아닌 단순히 '분풀이'거나 '협상 틀 짜기'이길 바라는 상황이다.

WP는 영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모리셔스와 맺은 합의를 파기하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분쟁, 스페인과의 지브롤터 분쟁 등 다른 해외영토 분쟁에서도 영국을 불리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