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위협'에 입다문 나토…유럽 "너무한 거 아냐?"
회원국 美의 덴마크 위협…상상 못한 '내전'에 나토 침묵
유럽 정상들, 나토 차원 대응 촉구…"진지한 논의 시작해야"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을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침묵을 지키면서 유럽 동맹국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토는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확인하는 공개 성명을 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이 문제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작전 이후로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 행동 내지 매입 등을 시사하는 발언을 노골화해 왔다.
나토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집단방위 규정을 두고 있는데, 회원국인 미국이 또 다른 회원국 덴마크를 위협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의 한 고위 외교관은 "우크라이나는 쉬운 문제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적이었다"며 "그린란드는 훨씬 더 복잡하다. 미국은 우리의 위대한 동맹국이어야 한다. 그것이 모든 것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유럽 관리들은 미군이 나토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이 나토의 대응 선택지를 제한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나토의 침묵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안보 의존'을 외교 무대에서 이용하는 태도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나토 외교관은 "이런 사안들을 나토 내부에서 논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논의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모두 괜찮다고 여긴다는 뜻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 EU 관계자는 "나토가 눈에 띄게 침묵하고 있다"며 "뤼터는 유럽이 트럼프를 상대하는 데 의지할 수 있는 인물로 여겨졌지만, 이렇게까지 조용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에서는 나토 차원의 본격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우리가 명백히 모두 나토 동맹국인 국가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이 사안에 대한 압박을 줄이거나 완화하기 위해 나토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이는 나토가 관여해야 하는 논의"라고 강조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12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연루된 이 지역의 오래된 경쟁과 새로운 경쟁 구도를 감안할 때, 나토가 어떻게 이 책임을 가장 잘 함께 짊어질 수 있을지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공개 대응을 피하던 덴마크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미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기로 선택한다면, 나토를 포함해 모든 것이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대변인 앨리슨 하트는 FT에 "외교적 논의의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겠지만, 사무총장은 항상 그래왔듯 대서양 양쪽의 지도자들과 고위 관리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뤼터 사무총장은 CNN에 그린란드 위협과 관련, "덴마크는 미국이 (그린란드에서) 지금보다 더 큰 존재감을 가져도 전혀 문제가 없다"며 "모든 것은 북극이 안전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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