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야욕' 트럼프 빌미 안주게…유럽 "북극안보 역량 강화"
7개국 공동성명, 美비판 동시에 "나토·유럽, 북극 대응 강화" 강조
"창의적 사고로 美우려 해소해야"…獨외무 "중·러 관심 증가, 美 지적 맞아"
-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합병하기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하면서 연일 위협의 강도를 높이자, 유럽은 이를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그릇된 영토 야욕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국제 안보 및 지정학적 이슈에 대한 트럼프의 현실 인식을 일정 부분 받아들여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유럽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극 안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자성이다.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그린란드 인수는 미국의 국가안보 최우선 과제"라며 "대통령은 이 목표를 위해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군사작전 이튿날인 4일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그린란드 전역에 러시아와 중국 선박이 포진해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덴마크나 유럽이 이런 위협을 감당할 역량이 없다는 이유로 병합을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현실 세계는 힘이 지배한다"며 무력에 의한 합병을 배제하지 않았다.
유럽과 북미 사이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미국과 러시아를 잇는 최단 거리에 위치한 군사적 요충지이며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위한 피투피크 미 우주군 기지가 이미 운용 중이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권 항로가 새롭게 열리고, 희토류와 우라늄, 흑연 등 천연 자원이 방대하게 매장돼 있는 점도 국가안보 차원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몇 년간 북극 지역에 국방 투자를 확대해 왔으며, 중국도 가끔 러시아와 합동 순찰을 실시해 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린란드 주변에서 양국의 군사 활동이 빈번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군사력까지 배제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까지 내놓자 덴마크는 물론 유럽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의 안보를 지켜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발언이다. 덴마크와 미국 모두 나토 회원국으로,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동맹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함께 방어하는 집단방위 조항을 두고 있다.
덴마크와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 등 7개국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그린란드는 그 주민들의 소유"라며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관한 사안은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만이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그
린란드가 매각 대상이 아니며 그 미래는 자신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전날(5일) 덴마크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나토 동맹국을 공격한다면 나토는 물론 2차 대전 이후의 안보 질서 등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유럽과 나토 내부에서는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여 트럼프의 북극 안보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자체 방위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7개국 정상은 이날 성명에서 나토가 "북극 지역이 우선순위임을 분명히 했으며 유럽 동맹국들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성명에서 핀란드·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 외무장관들은 북극 안보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으며, 미국 및 다른 나토 동맹국들과 협의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덴마크는 지난해 북극 지역 군사력 증강을 위해 420억 덴마크 크로네(약 9조 5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한 나토 외교관은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며 "그린란드 주변 동맹국들의 존재감을 강화해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발트해와 나토 동부 전선에 군 장비를 증파한 것처럼 해당 지역에 추가 군사 장비를 파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외교관은 "한 동맹국 국가 원수가 동맹 영토 일부에 '러시아와 중국 함정이 도처에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도 전날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극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관심이 증가했다는 트럼프 지적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는 우리의 안보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는 확실히 미국과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사회민주진보동맹에 소속된 프랑스 출신의 라파엘 글럭스만 의원은 EU가 그린란드에 영구적인 군사 기지를 설립해 "트럼프에게 단호한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우리가 그린란드 안보를 보장할 능력이 없다는 미국의 주장을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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