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돌파구 없이 "합의 근접"…푸틴 거부할듯(종합)

마러라고 회동 마친 젤렌스키 "안보보장은 100% 합의"…긍정적 분위기 연출
돈바스·자포리자 원전 이견 여전…FT "젤렌스키, 푸틴에 기대 접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28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평화 합의에 매우 근접했다"며 낙관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동부 돈바스 지역의 영토 문제 등 핵심 쟁점에서는 이번 회담에서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전 보장 측면에서 "100% 합의가 이뤄졌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합의된 것들이 "95%쯤 된다"며 두 나라가 완전한 합의에 더 가까워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뇌관이었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라고 인정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주에서 아직 우크라이나의 통제하에 있는 부분(약 25%)까지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돈바스 일부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해당 지역을 '비무장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돈바스를 가리켜 "나는 그 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땅 일부는 이미 (러시아가) 차지했고, 다른 일부는 몇 달 내로 더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거래를 하는 게 더 낫다. (우크라이나는) 매우 용감하고 (러시아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지만 이제 갈등을 끝낼 때가 됐다"며 은근히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태도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열린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오찬을 겸한 회담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28.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영토 포기에 관한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자신이 직접 키이우로 날아가 의회 연설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운영권 문제도 아직 의견차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포리자 원전 운영에 협조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공동 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기자회견 중 어색한 장면도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 직전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푸틴이) 전쟁 후 우크라이나의 성공에 매우 관대하며 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눈을 굴리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공개적으로 반박하지는 않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두 정상이 마련한 20개 항 평화안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수용 가능성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중요한 장애물들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마련한 수정 평화안에 서명할 의향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정상이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고 못박았다. FT는 "두 정상은 서로를 칭찬했을 뿐 실질적인 진전에 대해선 거의 얘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2025.12.28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사안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은 FT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7일 유럽 지도자들과의 통화에서 러시아 측이 제안에 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를 회유하기보다는 압박하는 위치에 서길 바란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러시아는 정상회담을 불과 하루 앞둔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수도 키이우에 드론 500대와 미사일 40여 발을 동원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고, 이 때문에 키이우에서는 약 60만 가구의 전력이 끊겼다.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협상에 진지하게 참여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전직 미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였던 대니얼 프리드는 NYT 인터뷰에서 "안보 보장 등에서의 진전은 긍정적이지만 러시아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20개항 계획에 더 깊이 관여할수록 푸틴이 협상을 지연시키는 게임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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