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한 정자로 100명 넘는 자식"…텔레그램 창업자의 번식 기행
WSJ "두로프, 러시아 불임클리닉 통해 무료 정자 제공…균등 상속도 언급"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억만장자인 러시아의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가 글로벌 정자 부족을 걱정해 자기 자녀를 100명 넘게 퍼뜨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롤모델로 삼은 세계 초부자들의 자손 퍼뜨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로프는 러시아의 한 불임 클리닉을 통해 무료로 자기 정자를 제공하고 재산을 준다고 발언까지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로프의 정자 판매를 주도하는 곳은 모스크바에 위치한 사설 불임 클리닉인 알트라비타다. 이곳은 두로프가 무료로 정자를 제공하고, 체외수정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고 홍보해 여성들을 불러 모았다. 지난 여름 두로프는 프랑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친자녀들에게 상속 재산을 균등하게 분배하겠다고 발표했다.
두로프는 이미 최소 12개국에서 100명 이상의 자녀를 두고 있으며, 과거 친구와 익명 기부를 통해 정자 기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기증을 중단했지만, 냉동된 정자가 여전히 클리닉에 남아 있다.
재산을 똑같이 나눠준다는 인터뷰 후에 자신이 두로프의 자녀라 주장하는 이들이 쏟아졌다. 두로프는 DNA를 공개해 자녀들이 서로를 찾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170억 달러(약 25조 원)로 추산했다. 그가 2013년 매입한 비트코인도 있는데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두로프는 이런 행동이 건강한 정자 부족을 해결하려는 의도라 설명했다. 하지만 머스크 등 세계 초부자 남성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자녀를 대규모로 출산하고 있다. 두로프가 작년에 100명이 넘는 자녀를 낳았다고 주장한 게시물에 대해, 최소 14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진 머스크는 농담조로 "초보 수준의 숫자네, 진짜 웃긴다-칭기즈칸"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약 1600만 명이 13세기에 각국을 정벌한 몽골 제국 황제 칭기즈칸의 후손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두로프는 머스크의 게시물에 "잠시만, 유닛 제한 늘리고 올게"라고 답하며, 고전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더 많은 지배자를 소환하라"라는 게임 밈을 함께 올렸다.
이는 이들 초부자가 어떤 의미로 자녀들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건지를 알게 해준다. 이들은 서구 문명이 쇠퇴하고 디스토피아가 도래해 인간이 생물학적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고 보고, 이 바탕에서 자신 같은 우월한 정자로 자녀들을 많이 낳아 이들 후손으로 은하계를 식민지화하겠다는 생각까지 하는 것이다.
두로프는 1984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2006년 페이스북과 유사한 앱인 VK를 창업하며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렸고, 2013년 텔레그램을 세웠다.
국가 권력과 거리를 두는 자유지상주의적 세계관을 강조하며, 텔레그램을 권위주의에 맞서는 도구로 묘사해 왔다. 현재 텔레그램은 월간 이용자 10억 명을 넘고 연간 5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극단주의 선전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불법 활동 방조 혐의로 본인이 체포되기도 했다.
사생활에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중시하며, 머스크와 마찬가지로 여러 여성과 사이에서 자녀를 두었다. 특히 변호사 이리나 볼가르와 사이에서 낳은 세 자녀와는 최근 갈등을 겪고 있으며, 두로프가 지원을 끊어 스위스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두로프 측 대변인은 볼가르의 고소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양육권 분쟁 과정에서 돈을 얻기 위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볼가르는 인스타그램에 두로프가 건강한 정자 부족을 해결하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고 적으며 "그의 사명은 정자를 세계에 퍼뜨리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두로프가 지난해 정자 기증 사실을 공개한 후 러시아 언론은 모스크바의 한 정자은행에서 '기증자 6번'이라는 프로필을 찾아 공개했는데, 두로프의 외모와 성향이 일치했다. 알트라비타 클리닉도 100명 이상의 자녀 공개 이후 두로프의 사진을 내걸며 마케팅을 강화했다.
두로프는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자신이 부유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추진력과 집중력을 키울 수 있었다며 자녀들이 상속을 늦게 받도록 해 이런 힘을 키우도록 바란다고 했다. 또 자신의 사례가 다른 건강한 남성들의 정자 기증을 장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텔레그램에서는 "위험은 있지만 기증자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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