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안보보장 진전'에 푸틴 반응 관건…"돈바스 문제도 안갯속"
美, 나토 수준 안전보장 상원 승인 추진…젤렌스키·유럽 "중요한 진전"
푸틴, 美-우크라 합의 수용 불투명…핵심 영토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를 수용한 데 이어 미국이 나토 수준의 안보보장을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또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도출한 평화안 조건들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용할지가 문제다. 가장 핵심 쟁점인 영토 문제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14~1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 측과 마라톤 협상을 벌여 안보보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면서 유럽·우크라이나가 제시한 20개 조항의 수정 평화안에 관해 이견의 90%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법적 구속력 있는 안보 보장을 약속하고 미 의회의 비준을 받는다면 나토 가입 포기를 수용하겠다며 결단을 내렸다.
미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보장과 관련한 합의안을 상원에 제출해 승인을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장 형태가 미국이 한국·일본·필리핀 등과 체결한 정식 조약이 될 것인지, 단순히 초당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표결이 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진전이 있었다"며 반겼고,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보장 제공 의지에 회의적이었던 유럽 측도 고무된 분위기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근 며칠 동안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큰 외교적 진전을 목격했다"며 "이제 우크라이나를 위한 진정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의 진전은 러시아가 빠진 상태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유럽이 논의해 이룬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측 요구를 반영해 평화안을 수정할수록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현재 푸틴은 미국이 중재하는 평화 협상에 응하면서도 동절기 내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타격해 저항 의지를 꺾으려 하고 있다. 협상을 질질 끌수록 푸틴에게만 유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특히 가장 큰 난관인 영토 문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투가 격렬한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의 새로운 국경선을 어디에 그을지를 두고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린다.
러시아는 도네츠크·루한스크 전역을 요구하는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점령하지 못한 영토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중인 돈바스 일부 지역에서 철수하는 대신 이 지역을 '자유경제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는 러시아가 주장하는 비무장지대와는 다른 개념으로, 경제적 자율성을 부여해 타협점을 찾으려는 시도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문제는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반면 트럼프는 전투가 계속될 경우 곧 통제 중인 돈바스 지역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관리들은 결국 협상의 성패는 푸틴과 젤렌스키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이런 강경한 태도 뒤에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가 준 쓰라린 교훈이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 규모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영국·러시아로부터 안보를 '보장'받았지만 모호한 문구 탓에 2022년 러시아의 침공을 막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단순한 보증(assurance)이 아닌 법적 구속력을 갖춘 보장(guarantee)을 집요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12개국 정상들은 이날 저녁 성명을 내고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지원을 해 평시 병력 규모를 80만 명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유럽 주도 다국적군은 파병 의사를 밝힌 국가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와 영국은 이미 파병 의사를 밝혔으며 폴란드 등 다른 국가들도 참여가 예상된다. "어떠한 유럽 군대도 우크라이나에 주둔해서는 안된다"는 푸틴의 강경한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이 부분에서도 합의점을 찾는 게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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