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4명 중 3명 "돈바스 완전철수 안돼…안보보장 하 전선동결"

미국 주도 평화협상 압박 속 '돈바스 포기' 등 러시아 요구에 반감 뚜렷
미국·나토 신뢰도 급락…전쟁 중 선거·국민투표에도 대부분 반대

전쟁으로 황폐화한 돈바스의 도네츠크 지역. 2025.01.29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우크라이나 국민 4명 중 3명은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 측에 넘기는 평화안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5%는 명확한 안보 보장이 없는 러시아에 유리한 평화안에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체적으로는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군사력을 제한받으며 명확한 안보를 보장받지 못하는 내용의 평화안 초안을 거부한 것이다.

다만 현 전선을 기준으로 상황을 동결하고 확실한 안보 보장이 뒤따르는 일부 타협안에 관해서는 응답자 72%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영토 포기에 앞서 실질적이고 구속력 있는 안보 보장을 원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안톤 흐루셰츠키 KIIS 소장은 "안보 보장이 명확하지 않고 구속력이 없다면 우크라이나 국민은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평화안 승인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료사진) 2025.8.23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이런 여론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신뢰도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12월 41%에서 1년 만에 21%로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나토에 대한 신뢰도 역시 같은 기간 43%에서 34%로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전쟁 중 선거'에 대해서도 국민적 반감이 컸다. 전시 선거를 치르자는 응답자는 9%에 그쳤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선거를 치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한 병사는 키이우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통합돼 있고 나눌 수 없으며 온전하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지하실에 숨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의견을 묻고 전선의 진지에 투표함을 가져갈 수 있겠는가"라며 안전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대외적인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61%로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대규모 부패 스캔들로 지지율이 잠깐 하락했으나, 핵심 측근을 경질하고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다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의 성인 547명을 상대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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