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오른팔' 잃은 젤렌스키…우크라 종전 새로운 변수되나

'비리 스캔들 사임' 예르마크, 전시 정권 실세이자 우크라 협상대표
"중대 외교 국면서 젤렌스키 최대 시험대"…러시아는 美 배후설 제기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앞)이 안드리 예르마크 비서실장(오른쪽에서 두번째) 등 참모들과 수도 키이우에 남은 모습을 공개했다. ⓒ AFP=뉴스1 ⓒ News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우크라이나 전시 정권의 실세인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리 스캔들로 전격 사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오른팔'을 잃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예르마크 전 실장이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 당국이 예르마크의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한 직후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팀 명단에서는 단장이던 예르마크의 이름이 빠졌다.

예르마크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부터 말 그대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동고동락하며 전시 체제를 이끌었다. 내각 인사부터 휴전 협상, 군사작전까지 현 정권의 모든 의사결정이 그의 손을 거쳤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앞)과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 2024.01.22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지식재산권 변호사 출신인 예르마크는 15년 전 TV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인기 코미디언이던 젤렌스키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절친' 젤렌스키의 대선 운동을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2019년 5월 젤렌스키 취임과 동시에 그의 최측근 보좌진이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르마크가 젤렌스키와 '한 몸'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며 예르마크의 사임으로 젤렌스키 정권의 국가 운영 방식이 새로운 장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예르마크는 '선출되지 않은 부통령', '사실상의 결정권자'라는 수사가 따라붙을 정도로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국민들 호감이 높거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관료는 가차 없이 내쫓았다.

예르마크의 자발적 사임을 놓고 측근들의 잇단 부패 의혹으로 코너에 몰린 젤렌스키 대통령의 숨통을 틔워줬다는 분석과 결국 모든 칼끝이 젤렌스키를 겨눌 거란 전망이 엇갈린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CNN방송은 "젤렌스키 취임 6년 반 만의 최대 정치적 시험대"라며 "우크라이나 국내적으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중대한 외교적 순간에 정권의 심장부에 불확실성을 드리운다"고 지적했다.

키이우 포스트에 따르면 예르마크는 29일 추가 종전 협상을 위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제 그는 홀로 키이우에 남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예르마크가 없어도 협상에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예르마크에 대한 압수수색을 '종전안에 대한 입장을 재고하라'는 미국의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종전을 서두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경파인 예르마크를 눈엣가시로 여겼다는 주장이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