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극우 뺨치는 초강경 난민 정책…"20년 기다려야 영주권"

내무장관 "도덕적 사명"…난민 지원 폐지·일부 아프리카국 비자 중단 경고
반이민 정서 탄 극우 개혁당 견제책…패라지 "지지자냐" 조롱

샤바나 마흐무드 영국 내무장관. 2025.10.01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영국이 난민 정책을 대폭 강화한다. 영국에 들어온 난민은 20년을 기다려야 영주권을 받을 수 있고, 정부 지원도 끊긴다. 최근 반이민 정서를 타고 극우 영국개혁당이 기세를 떨치자 집권 노동당이 초강수를 내놨다.

샤바나 마흐무드 영국 내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난민 정책에 대해 "불법 이민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공동체를 갈라놓고 있다"며 "나에게 도덕적 사명과 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영국에서 망명을 허가받은 이들은 현행 5년이 아닌 20년을 거주해야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난민에게 부여하는 임시 거주 기간은 5년에서 2년 반으로 줄이고 정기적으로 지위를 재검토한다.

정부가 난민에게 주택·주간 수당을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도 없앤다. 근로가 가능한데 일하지 않으면 지원을 폐지한다. 본국이 안전하다고 여겨질 경우엔 난민을 아예 강제 송환한다.

앙골라, 나미비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를 놓고는 각국이 본국 출신 불법 체류자 송환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해당국 국민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파키스탄계인 마흐무드 장관은 "난 이민자의 자녀다. 부모님은 60~70년대 합법적으로 이 나라에 왔다"며 "(현재는) 시스템이 무너져 규칙을 어기고 제도를 남용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 도심의 반이민 극우 집회. 2025.09.13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새 난민 정책은 영국을 불법 이민자에게 '덜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어 난민 신청과 국경 통과를 줄인다는 목적이다. 유럽 내 가장 강력한 이민 정책을 펴는 덴마크의 사례를 참고했다. 영국은 특히 보트피플(선박 난민)이 목숨을 걸고 영국 해협을 건널 이유를 없애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동당은 중도 좌파 정당이지만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자 이민 통제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5월에는 일반에 대한 영주권 신청 체류 요건 연장(5년→10년) 등 비자 요건 및 영어 시험 강화를 발표했다.

당내 일각에선 새 난민 정책이 '극우의 관점'을 반영한다며 노동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을 이탈시킬 거란 우려가 나온다.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마흐무드 장관의 발언을 놓고 "개혁당 지지자 같다"고 조롱했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 2025.03.28.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개혁당은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노동당, 보수당 등 기성 정당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이들은 집권 시 영주권 폐지 및 외국인에 대한 복지 혜택 박탈을 공약했다.

일간 텔레그레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빗대 마흐무드 장관이 "트럼프식 비자 금지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영국 거리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식 단속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고문을 실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