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명 사망' 파리 테러 10주기…국가적 트라우마에 빠진 프랑스

10주기 맞아 에펠탑 '삼색' 조명 점등…파리 전역 추모 분위기
테러 직후 대테러법안 대거 도입…'권리와 자유 침해' 우려도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10주기를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프랑스 국기 색인 파랑·흰색·빨강 조명을 밝히고 있다. 2015년 11월 13일 이슬람국가(IS)를 자처한 테러범들이 프랑스 파리의 축구경기장, 식당가, 바타클랑 극장 등 시내 곳곳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감행해 13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 2025.11.13/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12일(현지시간) 저녁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은 평소와 달리 프랑스 국기 색인 파랑·흰색·빨강 불빛을 밝혔다. 10년 전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르몽드, AFP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 테러 10주기를 맞는 13일 레퓌블리크 광장을 비롯한 파리 전역에서 "테러리즘에 맞선다"라는 주제로 전시회, 추모식 등 각종 행사가 기획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테러 발생 장소를 찾은 뒤 시청 인근 추모공원 개장식에서 안 이달고 파리시장 등과 함께 연설할 예정이다.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관도 만들어진다. 지난주에는 유족들의 기증을 받아 희생자들과 관련된 물품을 소장하는 '테러 추모의 박물관'이 파리 시내에 2029년 건립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10년 전인 2015년 11월 13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는 바타클랑 극장 등 프랑스 파리 전역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벌여 130명이 숨지고 350명이 다쳤다.

당시 테러를 겪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삶을 재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레스토랑에서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다 테러리스트의 총격을 받아 다리를 절단한 에바는 "매일 삶이 쉽지는 않지만, 꽤 잘 지내고 있다"면서도 "종종 카페테라스에 나가 술을 마시곤 하지만, 다시는 거리를 등지고 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러로 30세의 딸 라미아를 잃은 나디아 몽드귀에르는 10주기를 앞두고 "마음이 복잡하다"며 "(당시를 떠올리면) 열이 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당시 유일하게 생존했던 테러리스트 살라 압데슬람은 2022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 11월 17일 파리 테러 직후 프랑스 국가안보경보 시스템 '비지피라트' 소속 프랑스 군인이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프랑스 국기 색깔로 조명된 에펠탑 앞에 자리를 잡았다. 2015.11.17.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테러로 발생한 트라우마는 피해자와 유가족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체가 겪고 있다.

당시 큰 충격을 받은 프랑스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국가의 감시 권한을 강화하고 법원 영장 없이도 이동제한 명령 등 제한 조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대테러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테러조직원의 유입을 막기 위해 이민 정책을 개편하고 무슬림 단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수년 동안 대규모 테러 사건이 사라진 뒤에도 프랑스는 일상생활에서 국가 감시가 강화되고, 무장군인이 시내를 돌아다니는 새로운 현실을 바꿀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정책에 한번 변화가 발생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매우 어렵려운 '래칫 효과' 때문이다.

대테러 정책을 연구하는 프랑스 정치학자 줄리앙 프라뇽은 "역사는 정부가 대테러나 안보라는 이름으로 실행한 조치를 되돌리거나 폐기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어떤 정치인도 미래의 공격이 자신들의 탓이 될까 두려워 되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테러를 주동한 IS는 몰락했지만 위협이 새로운 형태로 변모했다는 점도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오늘날에는 IS나 알카에다 같은 조직 대신 사회적으로 고립된 개인이 온라인에 유포된 선전물에 기반해 테러를 모의하는 '영감 테러리즘' 시대가 됐다고 르몽드는 지적했다.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엘라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프랑스 유권자들은 테러 위협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으며 "개인의 자유에 희생이 따르더라도 공공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압도적으로 지지(82%)하고 있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정부가 안보 위협을 명목으로 법치주의를 약화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푸리아 아미르샤히 녹색당 의원은 "현재 프랑스 의원들 사이에서도 권리와 자유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며 프랑스는 2011년 테러에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개방성, 더 많은 인도주의'로 대응하기로 한 노르웨이의 결정을 배웠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11일(현지시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마련된 임시 추모비에서 한 여성이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꽃을 헌화하고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25.11.11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