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인 1000명 넘게 우크라戰 참전…北 제외시 다섯번째 규모

우크라 군사정보국 밝혀…쿠바 정부 "개인 차원 행동"
우크라 "북한 등 동맹국 지원 없었다면 러시아 벌써 졌을 것"

7일 (현지시간) 돈바스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러시아 군의 전투로 곳곳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HUR)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거나 현재 참전 중인 쿠바 국적자가 최소 107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96명은 전사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은 쿠바가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지원하고 있다며, 쿠바인 1000~5000명이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의 비밀 해제 외교문서를 배포했다. 이번 HUR의 발표는 미국의 추정치 중 하한선과 일치하며, 쿠바인의 모집 및 훈련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추가로 제공했다.

HUR에 따르면 쿠바인들은 모스크바 외곽 아방가르드 훈련소에서 단 2주간의 훈련만 받은 뒤 전선에 투입된다. 이들은 군복을 지급받고 체력 단련, 사격 훈련, 전술 의학, 드론 운용 등을 교육받으며, 대부분 보병이나 기계화보병, 돌격부대 소속으로 전투에 참여한다.

앞서 쿠바 외교부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참전한 쿠바인들이 "쿠바 정부의 동의나 지시 없이 개인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국가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밝혔다.

HUR은 일부 쿠바인들이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등에 올라온 고수익 건설 일자리 광고에 속아 러시아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여행은 민간 중개인이 항공료를 부담하고, 러시아 외교기관이 관광 또는 취업 비자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러시아에 도착한 후에는 번역 없이 러시아어로 작성된 군 복무 계약서에 서명하도록 유도된다고 한다.

러시아는 2022년 침공 이후 네팔, 소말리아, 인도, 쿠바 등지에서 외국인을 모집해 왔다. 북한이 파견한 전문 군인을 제외하면 쿠바인은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외국인 참전자로 집계됐다. 시리아, 세르비아, 일부 아프리카 국가 출신도 소규모로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은 것은 북한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지원 덕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키릴로 부다노프 HUR 국장은 외국 군사외교단과의 회동에서 "러시아는 이미 전쟁에서 졌어야 했다"며 "북한 등 동맹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점령지를 되찾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국제 제재를 위반해 러시아에 무기와 핵심 부품을 제공하고 자국민이 러시아군에 합류하도록 허용하는 등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무기 공급과 병력 지원을 이어오고 있으며, 주로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1200만 발 이상의 포탄을 제공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