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헝가리 오르반 총리 "우크라는 주권·독립국가 아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친러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우크라이나는 주권·독립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헝가리와 우크라이나는 최근 헝가리 정찰 드론의 우크라이나 영공 침범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우익 성향 팟캐스트에 출연해 "우크라이나는 헝가리와 전쟁 중인 게 아니라 러시아와 전쟁 중이다"라며 "우크라이나는 동부 국경의 드론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드론이 우크라이나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장관들을 믿지만, 설령 실제로 몇 미터 날아갔다고 해도 어쩌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독립 국가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는 주권 국가가 아니며, 우리(서방)가 자금을 지원하고 무기를 제공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엑스(X)에서 "헝가리 총리는 여전히 러시아 선전에 중독된 상태"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6일 우크라이나 영공을 침범한 정찰 드론이 서부 국경 지역의 산업 잠재력을 확인할 목적으로 헝가리에서 날아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터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신을 잃고 있다"고 거칠게 반박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친러 성향으로 판단된 여러 웹사이트를 차단했는데, 여기에는 헝가리의 친정부 성향 뉴스 홈페이지 등 8개의 헝가리어 포털이 포함됐다. 이에 헝가리는 12개의 우크라이나 뉴스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헝가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해 왔다. 러시아의 침공 전에도 양국은 민족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빚었다. 2017년에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어 교육 강화를 위해 헝가리계 주민을 포함한 소수민족 언어 교육을 금지하자 헝가리가 항의하기도 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