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 앞두고 총리후보들 '극우당 협력' 문제서 격돌…"금기 어긴 것"

숄츠 "말과 금기를 어긴 것" vs 메르츠 "극우정당과 협력 안해"
이민·경제 문제에서도 충돌…트럼프 '가자지구 강제이주'는 비판

9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와 그의 경쟁자인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당 대표가 베를린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02.0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오는 23일 치러지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올라프 숄츠 총리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교민주당(CDU) 대표가 TV 토론에서 극우 정당과의 제휴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9일(현지시간) 토론에서 메르츠 대표가 기존 약속을 어기고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협력해 반이민 법안을 추진한 것에 대해 "그의 말과 금기를 어긴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따라서 상황이 다시 어려워지면 그(메르츠)가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후 독일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주 정당이 극우와 협력하지 않기로 합의해 잘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메르츠 대표는 CDU와 그 연합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이 선거에서 이긴다면 AfD와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AfD와 공통점이 없다고 반박했다.

숄츠 총리는 국경에서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돌려보내려는 계획이 유럽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을 수 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메르츠 대표는 지난달 22일 독일 서부 아샤펜부르크 시내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용의자가 2세 유아와 41세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해 독일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을 언급하며 자신이 행동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이민자 단속 법안을 통과시키기 전 좀 더 기다리는 선택지에 대해 "내 양심에 따라 이를 정당화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숄츠 총리가 이민자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이룬 성과를 언급하자 그가 "독일인과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독일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격돌했다. 숄츠 총리는 어려운 상황 속의 기업을 돕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최저 임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르츠 대표는 독일이 탈공업화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경기 침체의 3년째에 접어들었다"며 "이런 일은 독일에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에는 300만 명의 실업자가 있으며 그 추세는 증가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다. 지난해 성장률은 -0.2%로, 2023년(-0.3%)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역성장은 2002~2003년 이후 처음이다. 실업률은 2022년 5월부터 5%에서 반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6.1%까지 상승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국방비 증액에 있어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비슷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 이동과 휴양지 개발 계획에 대해 숄츠 총리는 이를 "수치"라고 부르며 "인구 이주는 용납할 수 없고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반면 메르츠 대표는 "이 평가에 동의한다"면서도 이 계획이 "미국 정부에서 나온 일련의 제안 중 일부"라며 "우리는 이것이 진지하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실행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해 온도차를 보였다.

ING 은행의 분석가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이날 토론이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됐다며 무승부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토론이 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토론의 어조와 내용은 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어도 연립 정부 구성의 가능성은 열려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폴리티코가 독일의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했을 때 지난 4일 기준으로 CDU·CSU 연합 지지율은 30%, 숄츠 총리가 소속된 사회민주당(SPD) 지지율은 17%로 나타나고 있으며 AfD 지지율은 22%로 2위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