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만에 총리 불신임안 통과…누가 프랑스 새 총리될까[딥포커스]

'마크롱 vs 야권' 극심한 갈등…혼돈 빠진 정국
르코르뉘 장관·바이루 대표 등 후보군으로 거론

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의회에서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된 데 대해 TV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2.05.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이창규 기자 = 프랑스 하원(의회)이 4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하고 이에 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5일 바르니에 총리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면서 프랑스 정국이 또다시 혼돈에 빠진 모습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주도한 야권에서 나오는 '대통령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에 선을 긋고 며칠 내 새 총리를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새 총리를 지명하더라도 마크롱 대통령과 야권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이번 사태가 반복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우리는 분열이나 무능을 감당할 수 없다"며 야권의 사임 요구를 일축하는 한편 새 총리 지명을 선언했다.

프랑스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나는 것은 1962년 10월 조르주 퐁피두 정부 이후 62년 만이다. 바르니에 총리는 취임 91일 만에 사퇴하게 되면서 프랑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총리로 기록되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이번 총리 불신임안의 표면적 이유는 바르니에 총리가 야당이 반대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을 발동했다는 것이다.

긴급 사안에 있어 의회 동의 없이 정부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인데, 의회는 이에 대해 총리 불신임안 의결로 견제할 수 있다.

현 프랑스 하원은 극우 성향 '국민연합(RN)'과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가 이끌고 있다. 올해 7월 조기 총선에서 1위를 한 좌파연합(신인민전선·NFP)을 LFI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야권 의석수가 350석을 넘어서는 반면 여권은 210여석 정도라 불신임안이 제출된다면 가결 가능성이 높았다. 불신임안 통과에 필요한 표는 재적 의원 과반(288명)이다.

다만 60여 년 만에 가결이 이뤄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총사퇴를 하게 돼 적잖은 국정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의결되기 어려웠던 절차이기도 하다.

즉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극좌 중심의 야당 간 갈등이 상당히 극심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사실 이번 사태의 궁극적 원인은 최근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뒀으나 총리직을 넘기지 않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 소속의 마크롱 대통령은 통상 제1당 출신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보수 성향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 총리와 동거 정부를 꾸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좌파보다는 범여권과 성향이 비슷하다며 총선 두 달여 만인 지난 9월 바르니에 총리를 택했으나 LFI 측에서는 "다수당에서 총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데 다른 인물이 됐다"고 반발했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와 정부 구성원들이 4일(현지시간) 좌파연합(신인민전선·NFP)이 제출한 총리 불신임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파리 국회의사당에서 듣고 있다. 2024.12.04. ⓒ 로이터=뉴스1 ⓒ News1 조소영 기자

결과적으로 현 정국에서 이번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본인은 물론 야권의 요구에 상당히 충족하는 인사를 임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바르니에 총리의 사표가 수리되기는 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 등을 지명할 때까지 그는 임시 내각 체제를 운영하게 된다.

총리의 퇴진으로 새 예산안도 자동 무산되지만 이른바 '셧다운' 사태로까지는 가지 않는다. 프랑스법상 전년도 예산을 바탕으로 한 집행이 이뤄진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해결책을 지지한다며 정부에 12월 중순까지 그렇게 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새 총리 후보군으로는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국방장관(38·르네상스),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MoDem) 대표(73),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61·사회당), 그자비에 베르트랑 전 노동장관(59·공화당), 프랑수아 바루앵 트루아 시장(59·공화당) 등이 언급된다.

르코르뉘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자' 중 한 명으로 여겨지며 바이루 대표의 민주운동당은 마크롱 대통령의 '여당 연합'에 속해있다.

카즈뇌브 전 총리와 베르트랑 전 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이 앞서 총리직으로 고려했던 인물들로 꼽힌다. 바루앵 시장은 1995년부터 트루아 시장으로 재직 중이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