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러 EU 대사 "브렉시트는 루즈-루즈…재협상 없다"

"브렉시트 내달 14일까지 지켜볼 것"
"EU 핵심가치는 다자주의·인권…북한 인권 우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 대사. (주한 EU 대표부) ⓒ 뉴스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교착상태에 빠진 브렉시트(영국의 유렵연합(EU) 탈퇴)와 관련,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대사는 브렉시트가 EU와 영국을 '루즈-루즈'(lose-lose) 상황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라이터러 대사는 영국 의회 표결이 이뤄진 30일 서울 중구 주한 EU 대표부에서 열린 '2019 EU 라운드테이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EU 통합성을 수차례 강조한 라이터러 대사는 EU와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영국 의회 표결에 대해 "현재 영국 정부가 가진 브렉시트 합의안이 최선이며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영국 의회 표결은 '플랜 B'가 아닌 '플랜 C'로 보고 있다"며 "의회가 마감시한으로 설정한 내달 14일까지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EU 탈퇴법에서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비준 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를 놓고 하원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영국 하원의 승인투표에서 합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면서 아무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21일 향후 EU와의 협상에서 의회 발언권 확대, '백스톱' 관련 EU와 재협상, 노동권 및 환경 관련 기준 강화 등을 담은 '플랜 B'를 결의안 형태로 제출했다.

이와 별도로 라이터러 대사는 다자주의와 인권을 EU의 핵심가치로 꼽고 무역전쟁과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놨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다자주의에 기반한 무역 시스템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무역전쟁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서 존 세이가 일등서기관은 "한반도 인권은 선택적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해 유엔총회를 통해 계속해서 결의안을 채택하겠다"고 압박하고 "북한 인권은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앞장서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라이터러 대사는 대북 문제가 민감한 사안임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북미 대화 국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등한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EU 입장을 묻는 질문에 "EU가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는 인권"이라면서도 "북한 인권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EU가 다루는 여러 의제 중 하나"라고 전했다.

angela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