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선택]①"청년, 관심이나 있나요?"…메이의 패인

노동당·복지 선호 뚜렷…"이대로 5년 더라면 끔찍"
"EU 친숙한 젊은층, 브렉시트 추진에 반격" 분석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던진 '조기 총선' 승부수가 오히려 과반 의석 붕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모양새다.

그 배경에는 야당을 지지하는 청년들의 '분노한 표심'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보장제도를 중시하고 유럽연합(EU)에 친숙한 세대인 영국의 20~30대. 복지와 EU 모두에 칼날을 들이댄 집권 보수당을 향해 이들이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개표를 약 99% 완료한 시점에서 BBC방송의 예측 결과 우파 메이 총리와 보수당은 기존 의석(330석)에 못미치는 318석을 확보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좌파 야당인 노동당은 261석을 획득해 이전보다 29석을 추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해 안정적인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노림수'와 달리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보수당이 노인복지 축소 공약인 이른바 '치매세' 논란으로 인해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인기를 잃은 것은 결정적인 패착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회보장제도를 중시하고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청년들의 반격"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영국 18~35세 청년층은 노동당 지지세가 강한 반면, 보수당 지지세는 "역대급으로 낮다"고 CNN은 전했다. 이 세대에서 양 정당 간 지지율 격차는 적게는 15%포인트(p)에서 많게는 24%p까지 나타난다.

◇"메이는 민생에 관심도 없잖아요"

영국 일간 가디언은 노동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청년들의 표심을 분석하면서 "메이는 민생에 관심도 없다"고 한 대학생 케이런(22)의 발언을 소개했다.

메이 총리를 위시한 보수당은 정계를 좌지우지할 줄만 알지 실제 국민의 삶은 신경쓰지도 않는다는 비판이다.

케이런은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2명의 장애인 가족을 돌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동전을 세면서 무료 급식소를 전전했다는 그는 "이 정부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우리가 앞으로 5년 동안 더 고통 받을 것이란 사실은 나를 공포에 질리게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은 역사적으로 복지 지출과 정부 규모를 축소하는 등 국가 정책의 효율화를 추구해 왔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노동당 지지자들을 겨냥해 국민보건서비스(NHS·한국의 건강보험 격)와 교육 예산 증액이라는 좌파 공약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눈속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수당이 공언한 만큼 예산을 늘려도 인플레이션과 늘어나는 수요를 감안하면 실질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젊은 노동당 지지자. ⓒ AFP=뉴스1

노동당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파고 들었다. 교육 예산 확충과 공공 서비스 및 부조 확대, 특히 장애인과 한부모를 위한 복지 증대는 청년들이 노동당을 지지하게 된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국민을 위한다'는 메이 총리의 진심을 의심하는 분위기도 짙어졌다.

대학생인 대니얼(24)은 노동당의 대표인 강성 좌파 제러미 코빈이야말로 진실성 있고 진정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서 반대로 메이 총리는 "연설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대니얼과 같은 이들에게 오랜 기간 지역구 활동에 전념해 온 코빈은 청년들의 어려운 상황을 잘 돌봐 줄 사람으로 인식됐다. 반면 단호한 수사와 연설을 통해 중장년층 사이에서 신뢰를 얻었던 메이 총리는 정치인의 적극적인 현실 개입과 행동을 바라던 청년들에게는 매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투자은행가인 마이클 오둔라미(22)조차 "코빈은 나라를 진심으로 신경써 왔고 이를 20년 동안 변함없이 표현해 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코빈 노동당 당수의 가면을 쓴 청년들. ⓒ AFP=뉴스1

◇거침없는 브렉시트에 올려진 '붉은 깃발'

청년들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관련해서도 보수당을 배격하는 면모를 보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보수당은 평범한 국민들을 위한 브렉시트 협상안을 도출해내지 못할 것으로 이들은 의심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가이아(23)는 '모두를 위한' 브렉시트 협상이라면 야당이 훨씬 더 잘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아는 "내 생각에 EU와의 협상은 기득권층을 배불리는 데 혈안되지 않은 사람(야권)이 뽑힌다면 더 쉬울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보수당이나 노동당 양쪽 모두 아닌, 브렉시트에 더욱 확실히 반대하는 정당을 찍었다고 밝혔다.

대학생인 세레나(19)는 "난 지난해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택했다"면서 "이 선거에서 브렉시트란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이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난 (브렉시트 재투표를 주장하는) 자유민주당 편이다. 이들은 소프트 브렉시트를 추구한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노동당의 코빈 대표.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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