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충격·고문…'끔찍한' 체첸 게이수용소 실태
가디언 "게이 강제 납치·고문에 사망자도 다수"
- 김윤정 기자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매일 하루에 한 번씩 전기 충격을 받는다. 기절하면 다른 고문관들이 들어와 나무 막대기와 쇠몽둥이로 때린다. 나치 정부의 유대인 수용소에 맞먹는 체첸 공화국의 게이 수용소 실태가 폭로되자 전 세계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은 게이 수용소에서 고통을 겪은 한 남성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고문관들은 내가 게이라는 이유로 욕설을 쏟아냈고, 체첸에 살고 있는 다른 게이들의 이름을 불때까지 괴롭혔다"고 했다.
이어 "약 10~12명의 게이 남성이 비허가 수용시설에서 매일 고문을 당했다"며 정부 보안군이 체첸 전역에서 실시하는 '게이 소탕작전'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분별한 도청도 이뤄지고 있다. 이 남성은 또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통화 내용을 감시받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연락을 취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체첸 게이 수용소의 존재는 러시아 반정부 매체인 노바야가제타가 이달 초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6~50세에 이르는 게이 남성들을 강제로 납치하고 구금했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신문은 이른바 게이 소탕 작업이 진행된 이후 적어도 3명의 남성이 숨졌다는 명백한 증거도 있으며 아마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력한 전통 규범을 강조하는 체첸 사회는 동성애를 금기시하고 있다. 일가족에 게이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엄청난 오명으로 여기고, 게이 가족들은 결혼도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많은 체첸인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살거나 이중 생활을 하곤 한다. 비밀스러운 방식으로 게이 남성들이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다.
인권운동가들이 체첸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대피시키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난민 자격을 잘 부여하지 않아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13일 트위터를 통해 체첸의 게이 수용소 논란에 대해 "체첸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극악무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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