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출신 우크라 대표 유로비전 우승…임다미, 2위
- 국종환 기자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유럽 최대 음악축제인 '2016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크림반도 출신의 우크라이나 대표 자말라가 우승했다. 구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소수민족의 참상을 노래한 자말라는 러시아의 유력 우승후보를 꺾으면서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한국계 호주 대표로 강력한 우승 후보 손꼽혔던 임다미는 끝까지 선전했으나 2위에 그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자말라는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로비전 최종 본선에서 534표를 얻어 511표를 기록한 임다미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러시아의 우승 후보 세르게이 라자레프는 491표에 그치며 3위에 머물렀다.
유로비전은 심사위원(50%) 평가와 방청객 투표(50%)를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데 심사위원 평가에서는 임다미가 1위를 기록, 우승이 유력해보였으나 방청객 투표에서 자말라에게 역전당했다.
자말라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1944'를 열창, 현장에 있던 방청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1944는 구소련의 스탈린 독재 당시 우크라이나 소수민족 타타르족이 소련 당국에 의해 크림반도에서 추방당한 참상을 다룬 곡이다.
타타르계인 자말라는 스탈린에 의해 나치 부역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중앙아시아로 추방된 동족의 아픔을 노래로 표현했다. 노래에는 타타르족 고유 언어도 포함됐는데 자말라는 "내 안에 타타르족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자말라의 이 노래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것을 연상시킨다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러시아 정치인들은 자말라의 노래가 정치적인 성격이 너무 강하다며 실격 처리할 것을 주장했으나 주최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자말라는 당당히 본선 무대에 올랐으며 러시아의 라자레프를 꺾어 상징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연출하기도 했다.
자말라는 우승이 확정되자 "너무나 놀랍다"면서 "진심을 말하고 노래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임을 믿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자말라의 우승 소식이 전해지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환호했으며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정말 믿을 수 없는 공연이자 값진 승리"라면서 "모든 우크라이나인들이 자말라 당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TV 채널 '로시야-1'은 자말라의 우승에 축하를 표하면서도 타타르족에 대한 언급은 피하는 등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로시야-1은 "자말라의 노래는 그녀의 가족 구성원에 관한 것이었다"고만 밝힐 뿐 더이상은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계 호주대표로 관심을 모은 임다미는 호주 히트곡 제조사 'DNA 송스'가 만든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소화해 심사위원 평가 1위를 기록하는 등 우승이 유력해보였으나 막판 방청객 투표에서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9세 때 호주로 이민을 간 그는 2013년 호주의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 팩터'(X Factor)에서 동양인 최초로 승리를 거머쥐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드림', '다미 임', '하트 비트' 등 다양한 앨범을 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1월 '복면가왕'에서 임다미는 '여신상'으로 출연, '네버엔딩스토리', '눈의 꽃' 등의 노래로 3라운드까지 폭발적 무대를 선보여 한국 팬에도 익숙한 얼굴이다.
지난 1956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 최대의 음악 축제로 아바를 비롯해 셀린 디옹 등 유명 가수를 배출했다. 주최측은 이번 대회의 전 세계 시청자 수가 지난해 기록한 1억9700만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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