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력발전소 생존자 "열흘간 바위틈서 나온 물로 버텨"
"눈 다칠까봐 눈 감고 지내…시간감각 사라져 고작 2~3일 지난 줄"
"마하 만트라 읊조리자 평화 찾아와…구조될 줄 알았다"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시간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려서 고작 이틀이나 사흘 정도 지난 줄 알았다. 실제로 10일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정말 충격을 받았다."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로 수력발전소 터널에 갇혔다가 열흘 만에 구조된 산제이 샤(30)는 구조될 때까지 바위틈에서 스며나온 물을 마시며 버텼다고 밝혔다.
샤는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회고했다. 그는 "거기는 눈에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자칫 발을 헛디디거나 눈이 다칠까 봐 오랫동안 눈을 꾹 감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샤는 "그렇게 계속 눈을 감고 지냈더니, 나중에는 다시 눈을 뜨는 것조차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국영 네팔전력청 소속 기계 현장반장으로 3년 넘게 상부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에서 일했다. 홍수 직후 그는 무너진 벽과 장비, 진흙더미 사이에 갇혔다.
동료와의 아픈 기억도 떠올렸다. 샤는 "우리 둘 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래로 내려가는 대신 위쪽으로 향했다. 큰 홍수가 덮쳐도 그 높이까지는 닿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6층에 도달했을 때 아래에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 혼란 속에서 흩어지고 말았다"고 털어놨다.
산사태로 지형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터널 속에서 그는 이동을 포기했다. 샤는 "홍수 전에는 터널의 구석구석을 훤히 꿰뚫고 있어서 어려움 없이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면서도 "홍수가 난 뒤에는 구조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장비는 다 쓸려나가고, 상자는 사방에 흩어지고, 벽은 무너져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발걸음을 돌려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곳에 머물렀다. 바로 그곳에서 그들(구조대)이 결국 나를 찾아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지하 벙커와 같은 암흑 속에서 그를 지탱한 것은 가족과 신앙이었다. 샤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비상 경전을 찾았고, 하레 크리슈나 만트라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기도를 계속 반복하자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해졌다"고 전했다.
또한 샤는 "설령 죽게 된다고 한들,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계속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마하 만트라를 외웠다. 마하 만트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느낌, 거의 영적인 체험이 됐다.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졌다"고 설명했다.
사는 "처음에는 구조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믿음은 더욱 확고해졌다. 혼자가 아니라고, 밖에서 고통받고 있을 가족이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말했다.
구조 직전의 상황을 떠올린 사는 "구조되기 약 10시간에서 12시간 전쯤, 소음이 잦아들었을 때 밖에서 나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며 "굴착기가 움직이고 사다리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었는데, 그때 정말 큰 희망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병동에서 치료를 마친 샤는 안도하면서도 동료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는 "내가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지만, 내가 대피하라고 권했던 이들 중 많은 이들이 결국 바깥으로 나갔다가 홍수에 휩쓸려갔다"며 "그게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past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