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의 여왕' 이멜다, 필리핀 대법원은 또 '무죄' 판결

지난 6월 부패 사건 징역 6년형 원심 파기

2022년 6월 30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오른쪽) 필리핀 대통령과 그의 모친 이멜다가 마닐라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모습. 2022.06.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범수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 필리핀 대법원이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현 필리핀 대통령의 어머니인 이멜다 마르코스(97)의 부패 혐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판결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대법원이 이멜다의 부패 혐의 사건을 지난 6월 기각한 사실이 담긴 법원 문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멜다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임기 중 3000켤레가 넘는 구두를 모으는 등 호화스러운 생활로 '사치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965년부터 21년간 집권한 마르코스와 그의 측근들은 20년의 집권 기간 필리핀에서 약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2018년 필리핀 반부패 특별법원은 마르코스 부부가 수십 년 전 스위스 재단들을 통해 약 2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이멜다에게 징역 최소 6년을 선고했다.

이멜다는 즉시 항소했고, 대법원은 지난 6월 10일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필리핀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스위스 재단 관련 문서들이 진본임을 확인받지 못했다"며 "검찰이 해당 문서들의 진위를 밝힐 신뢰할 만한 증인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판결 직후 필리핀 시민사회에서는 마르코스 일가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필리핀 반독재 시민단체 '8월21일 운동'은 현지 언론 GMA 뉴스에 "필리핀 국민은 대법원을 정의 실현 최후의 보루로 여겨왔다"며 "이번 판결로 마르코스 부부 독재의 그림자가 우리 정부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했다.

이멜다에 관한 부패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법원은 1993년 이멜다에게 부패 혐의로 선고된 24년형을 뒤집었다. 이멜다는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선거에 출마해 하원 의원으로 당선됐다.

1965년 대통령에 오른 마르코스는 1972년 계엄령을 선포, 의회를 폐쇄하고 언론을 억압하며 장기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독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투옥하거나 살해했다.

마르코스 일가는 1986년 정권이 무너진 뒤 필리핀을 떠났고 마르코스는 망명 중이던 1989년 72세를 일기로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사망했다. 이후 그의 가족은 필리핀으로 돌아와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했다.

2022년 아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68)가 대통령에 당선돼 현직 대통령으로 임기를 수행 중이다.

mag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