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해결' 기대됐던 네팔 수력발전…"기후변화 앞에 무력화"

WSJ "기후변화 등 여러 원인 얽혀…준비 미비 발전시설 속수무책"
과거 기록 기반한 위험평가 한계 드러나…"계획·설계 재검토해야"

3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지역 람체 인근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 위로 실종자 수색에 동원되는 민간 산악구조헬기가 통과하고 있다. 2026.9.3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사망자가 1400명에 육박하고 5500명 이상이 실종된 네팔·티베트 대홍수로 인해 네팔의 수력발전 프로젝트가 위기를 맞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히말라야 산맥의 눈이 녹은 물로 형성된 강이 사방으로 뻗어 있는 네팔은 수력발전을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으로 여겨왔다.

민간 투자를 대거 유치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네팔의 설비 용량은 4배로 늘어났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21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완료될 경우 설비 용량은 150%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때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던 네팔은 최근 몇 년간 전력을 수출하기까지 했다.

기후변화 등 여러 원인 얽혀…제대로 대비한 수력발전 시설 없었다
4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지역 트리슐리-3A 수력발전소에서 네팔 군인들이 터널 안에 갇혀 있던 작업자를 구조해 옮기고 있다. 이날 수력발전소 작업자 2명은 대규모 홍수로 잔해에 매몰된 터널에 갇힌 지 9일 만에 구조됐다. 2026.9.4. ⓒ AFP=뉴스1

이제 기후 변화로 인해 히말라야 빙하와 하천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서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네팔의 전략과 미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빙하 후퇴로 형성된 호수가 터지는 현상과 마찬가지로, 이번 홍수와 같은 사건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포함한 여러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얼음과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면서 빙하가 쉽게 끊어지고, 그 아래의 기반암이 파열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빙하 붕괴로 발생한 토사류는 트리슐리강을 따라 약 64㎞ 구간의 발전시설 10여곳을 파괴했다.

시설 중 빠르게 움직이는 토석류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현재 완전히 파괴된 랑탕 콜라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100년 빈도 홍수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100년 빈도 홍수란 매년 발생할 확률이 1%에 불과하며, 강이 가장 좁은 협곡 지점에서 수위를 약 6.1m 정도 상승시키는 홍수다. 이번에 발생한 홍수는 그 수위의 20배까지 치솟았다.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대의 우메시 하리타샤 지구과학과 교수는 "달라진 점은 산이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고, 위험은 이제 훨씬 더 커졌으며, 일부 사업의 설계 당시 가정했던 것보다 더 멀리까지 미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기록에 기초한 위험평가 한계…"계획·설계 재검토 불가피"
1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둔체 인근 한국인 수력발전소 직원들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위어댐 주변이 토사로 폐허가 돼 있다.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은 이날 위어댐과 파워하우스 일대를 수색했다. 2026.9.1 ⓒ 뉴스1 구윤성 기자

지난 5년 동안만 해도 세계 각지에서는 유사한 사건이 몇 건 발생했다. 지난 2021년 인도 북부에서 눈사태로 2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지난해에는 빙하의 일부가 무너지면서 스위스 알프스의 한 마을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이번 홍수를 통해 과거 기록에 기초한 위험평가마저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홍수는 빙하호 붕괴 홍수(GLOF)보다 훨씬 더 드문 유형으로, 기존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위험 평가에서 검토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건이었다.

베를린 자유대의 볼프강 슈반하르트 지형학 교수는 지금까지 검토해 본 여러 보고서에서 이번 홍수와 같은 유형은 "어디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전문인 환경 컨설턴트 피에르 비더만은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통계적 접근 방식은 기후 변화 상황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빙하가 포함된 산사태나 이런 종류의 대재앙이 발생할 때는 그 발생 가능성을 수치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퍼 트리슐리-1의 기술책임자 기리 라지 아디카리는 시설이 폭 약 7.6m의 바위가 섞인 토석류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획과 설계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히말라야 수력발전 투자가 "막대한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퍼 트리슐리-1 건설에 자금을 조달한 세계은행의 대변인은 이번 홍수로 추가 정보가 드러남에 따라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위험 평가, 모니터링, 조기 경보 및 비상 대응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