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량·주택 모두 사라졌다…네팔 생존자들 "살아갈 희망 잃어"

3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지역 티무레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홍수로 진흙탕에 잠기고 파손된 가옥들의 모습이 항공 사진으로 촬영되었다. 2026.09.03.ⓒ AFP=뉴스1
3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지역 티무레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홍수로 진흙탕에 잠기고 파손된 가옥들의 모습이 항공 사진으로 촬영되었다. 2026.09.03.ⓒ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대홍수로 폐허가 된 네팔 중북부 라수와 지역 생존자들이 상실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AF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삶의 터전이었던 마을 전체를 뒤덮은 진흙과 바위를 바라보며 주민들은 살아갈 힘을 잃었다.

파괴된 계곡 위를 날아가는 헬기에서 내려다본 지상은 마치 조각이 빠진 퍼즐 같았고, 마을의 거대한 구역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초록빛 논과 정겨운 주택들이 있던 자리 옆으로는 거대한 대지가 통째로 쓸려 나간 풍경이 펼쳐졌다.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헬기에 탑승한 양기 타망 씨는 폐허를 바라보며 슬픔과 막막함에 잠겼다. 타망 씨의 집은 라수와 지역 샤브루베시의 산비탈에 남아 있지만, 친척들이 살고 시장이 있던 아래쪽 마을은 홍수에 완전히 휩쓸려 내려갔다.

타망 씨는 도로가 모두 끊긴 아래쪽 참혹한 현장을 공중에서 확인한 직후 "다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고 탄식했다.

네팔 구조 당국이 수습한 시신은 1250구가 넘었고 실종자도 5000명이 넘는다. 라수와 지역의 번성했던 마을과 시장, 푸르던 산비탈과 구불구불한 길들은 이제 광활한 진흙과 부서진 바위, 잔해로 뒤덮였다.

타망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그건 그냥 물이 아니었다. 가스처럼 온통 시커멨고, 끓는 물처럼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누구도 도망칠 겨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수력발전소 터널 등지에는 약 100명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타망 씨의 남편은 무사하지만, 그가 일하던 인근의 칠리메 수력발전소는 홍수에 완전히 파괴됐다.

타망 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전혀 남지 않았다"고 슬퍼했다.

여전히 흙탕물이 흐르는 강줄기는 파괴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며, 산더미처럼 쌓인 잔해는 수로의 형태와 경로마저 바꿔놓았다. 계곡의 흙과 나무, 풀은 홍수에 휩쓸려 깎여 나갔고, 외딴 마을들을 잇던 도로와 다리들은 흔적도 없이 파괴되거나 사라졌다.

또 다른 주민 리상 타망 씨는 남겨진 사람들에게 미래는 암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길은 이 모양이고 다리도 다 쓸려 나갔다. 이제 돈이 있어도 뭘 살 수 있는 곳도 없다"며 "여기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은 이미 죽어버렸다"고 슬퍼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