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피한 스위스 순례객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도 안나"

"버스 멈춘 자리서 계단 발견…2분만 늦거나 빨랐어도 죽었을 것"

2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한 여성이 숨진 남편의 시신을 끝내 찾지 못해, 인형을 사용한 화장 의식을 치르며 오열하고 있다. 2026.09.0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경민 기자 = "신의 섭리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러시아 출신 스위스인 요가 강사 나탈리아 류민-지라르데(70)는 2일(현지시간) AF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버스를 타고 중국령 티베트 카일라스산으로 순례길을 향해 보케코시강 인근 도로를 가던 중 대홍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당시 일행은 다양한 나라 국적의 8명으로 구성됐다.

이어 "갑자기 (일행의) 요리사가 버스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누군가 창문을 열자 안개 속에서 거대한 산이 드러났다"며 이후 창문 밖의 산은 산이 아니라 "거대한 물과 진흙의 파도"였음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두가 뛰기 시작하는 걸 보고 저도 뛰기 시작했다"며 "버스에서 내릴 시간이 1분, 길어야 2분 정도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민-지라르데 일행은 다행히 버스가 멈춰선 바로 옆에 작은 콘크리트 계단이 있어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일행은 계단을 내려온 후 "우리는 언덕 위로 뛰어 올라갔다"며 모두 "충격을 받아서 어떻게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류민-지라르데는 전했다.

또 "그 계단이 우리를 살렸다"며 "정말 운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류민-지라르데는 안전한 지대에서 뒤를 돌아봤을 땐 집·차·버스까지 파도에 휩쓸려 가고 있었다며 "정말 끔찍했다"고 눈물을 훔쳤다.

일행은 언덕 위의 작은 헛간에 모여 밤을 새웠고 다음 날인 8월 27일 헬리콥터를 통해 카트만두로 이송됐다.

류민-지라르데는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신의 섭리였다"며 "만약 우리가 2~3분 일찍 또는 늦게 도착했더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8월 26일은 중요한 날이 됐다"며 "마치 새 생명을 얻은 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대홍수로 네팔과 중국령 티베트에서 사망한 사람은 1225명이며 실종된 사람은 4757명이다. 네팔에선 이날 기준 최소 1204명이 목숨을 잃고 4216명이 실종됐다. 중국 관영 매체는 21명이 사망하고 541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