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병원 화재 참사…'납치 방지' 잠긴 문에 신생아 14명 사망

신생아 15명 중 14명 숨져…"짙은 연기 속 환자들 갇혀"
신생아 절도 막으려 출입 통제…유족 "문 잠겨 대피 어려웠다"

이슬라마바드 파키스탄 의학연구소(PIMS) 병원 산모·아동보건 병동에서 의료진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화재로 인해 훼손된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2026.08.27.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국립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신생아 14명이 숨졌다. 당국은 에어컨 결함으로 불이 났다고 발표했으나 과거 신생아 납치 사건을 막기 위해 병동 출입을 제한해온 조치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로이터·AFP통신, 현지 매체 '던'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시간) 오전 이슬라마바드의 파키스탄 의학연구소(PIMS) 산모·아동보건병동 3층에서 불이 시작됐다. 병원 측은 당시 병동에 있던 신생아 15명 중 14명이 숨지고 1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무스타파 카말 보건장관은 사고 후 브리핑에서 "CCTV 영상에서 오전 6시 38분 에어컨에서 불꽃이 튄 뒤 불덩이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1분 뒤 병동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족과 목격자들은 병원의 대피 여건이 열악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화재로 신생아를 잃은 자베리아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문이 잠겨 있었다며 "산부인과 병동이었는데 의사도, 간호사도 없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또 다른 유족 무다시르는 "병동이 있던 건물에는 화재 안전시설도, 제대로 된 비상구도 없었다"며 "모든 문이 닫혀 있었고 우리가 아이들을 보러 들어갈 수 있도록 열려 있던 문은 하나뿐이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병동 출입이 제한된 이유에 대해 카말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몇 년 전 사람들이 신생아를 납치하는 사건이 있었다"며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볼 수 없겠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병원에서 신생아를 납치하는 사건이 반복돼 사회 문제가 됐다. 과거 현지 매체에는 불임 여성이 가족의 압박이나 이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이를 훔치거나 범죄조직이 신생아를 납치해 매매하는 사례가 보도됐다.

구조대 도착 시간을 두고도 당국과 목격자의 주장이 엇갈렸다. 탈랄 초드리 내무부 차관은 "구조대가 신고받은 뒤 6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반면 유족과 목격자들은 구조대가 오기까지 수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목격자 압둘 가푸르는 "병원 안에는 짙은 연기가 가득했고 환자들이 갇혀 있었다"며 "구조대는 화재가 발생한 지 거의 2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고 말했다.

초드리 차관은 해당 병원에 대한 화재 안전 관련 통지가 과거 수년간 발부된 사실을 인정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이번 화재의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책임이 확인된 이들에게 "가능한 가장 엄중한 조치"를 취하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는 미흡한 화재 안전 기준과 느슨한 법 집행 탓에 대형 건물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1월 항구도시 카라치의 쇼핑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65명 이상이 숨졌고, 2023년에는 같은 지역의 쇼핑몰 화재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bany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