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생존자들 "지진 같은 굉음…거대한 물의 벽이 덮쳤다"
최소 160명 사망…한국인 9명 등 외국인 341명 실종
- 윤지오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윤지오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 현재까지 160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실종자를 낸 네팔 대홍수·산사태를 눈앞에서 목격한 생존자들은 "거대한 진흙 더미 속으로 순식간에 가족과 집이 휩쓸려갔다"고 증언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68세 생존자 케샤브 프라사드 바랄은 네팔의 한 병원에서 "엄청난 양의 진흙이 우리를 향해 곧장 밀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진흙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아내의 손을 잡아 테라스로 데려가려 했지만, 아내는 진흙에 휩쓸려갔다"며 "4~5시간 뒤 헬리콥터가 와서 나를 구조했지만 아내는 아직 진흙 아래 어딘가에 있다"고 말했다.
24세 노동자 비벡 쿠말은 망고나무를 붙잡고 목숨을 건졌다. 쿠말이 일하던 비두르의 건설 현장은 홍수 피해가 가장 큰 네팔 히말라야 국경 인근 라수와 지역의 하류에 위치해 있었다.
1.5m 깊이 구덩이 속에서 작업하던 쿠말이 '쉭쉭' 소리를 들은 순간 지상의 동료들이 그에게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다. 구덩이에서 빠져나온 그는 홍수를 피해 달렸지만 곧 급류에 휩쓸렸다가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쿠말은 카트만두 국립외상센터 병상에서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거대한 물의 벽이 굉음을 내며 덮쳐왔다"고 전했다.
급류에 휩쓸려 하류로 밀려간 그는 "운 좋게도 망고나무에 걸렸다"며 "망고나무가 없었다면 물에 휩쓸려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에 매달린 채 자신이 일하던 집이 물에 휩쓸려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다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11세 소녀 리하나 라미차네도 급류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라미차네는 "이번 일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고 집에 가라고 했다"며 "강을 건너는 중 갑자기 홍수가 거세게 밀려왔다"고 말했다.
가슴과 다리를 다친 그는 구조된 뒤 "무사해서 기쁘다"면서도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딸이 위험하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온 어머니 리타는 "딸에게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실종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가족과 지인들이 병원 외상센터 주변을 가득 메웠고, 네팔군 훈련센터 주변에도 실종자 가족들이 모였다.
정전으로 전력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경찰은 휴대전화 손전등에 의지해 실종자 명단을 작성했다. 당국은 지금까지 114명 이상을 구조했으며, 이들은 카트만두와 라수와의 여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홍수와 산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네팔 경찰은 현재까지 157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으며, 티베트에서도 3명이 숨져 전체 사망자는 최소 160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티베트 지룽 지역에서 265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네팔 관광부는 관광객 403명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이 가운데 341명이 외국인이라고 밝혔다.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bany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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