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은 나를 위해 살기로"…동아시아 여성들 황혼이혼 급증

CNN "가부장제하 가사·육아 짓눌렸던 이들, '제2의 인생' 선택"
가치관 변화 및 경제자립 제도 확대 영향…고령인구 구조 변수로

중국 베이징의 한 공원에서 여성 노인이 혼자 운동을 하고 있다.(특정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대옥 수습기자 = 가부장제가 짙던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여성들의 주도로 '황혼 이혼'(gray divorce)이 크게 늘고 있다고 미국 CNN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상적으로 50대 이상 부부의 파경을 뜻하는 황혼 이혼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특히 평균 수명이 긴 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 일본에서는 황혼 이혼을 신청한 여성이 남성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CNN은 전했다.

황혼 이혼 급증은 과거 사회적 낙인과 경제적 종속으로 쉽게 이혼할 수 없던 여성들의 가치관이 변화한 것은 물론 연금 분할 제도 등 법적 보호 장치가 확충된 영향을 받았다.

박상엽 워시번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논문에서 "20세기 후반부터 더 많은 X세대(1965년에서 1980년 사이 출생자)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뛰어들고 고등교육을 추구하면서 황혼 이혼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미국 대중문화를 접한 X세대 여성들이 '가족의 의무보다는 개인의 선택'을 우선시하는 미국적 가치를 흡수했다"고 분석했다.

남편의 생계에 의존해야 했던 여성들을 위한 안전망도 강화됐다. 2014년 한국에서는 장차 받을 연금과 퇴직금이 재산 분할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전업주부가 이혼 후 남편의 노령 연금의 일부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해석이다.

장벽이 다 제거된 것은 아니다. 60세에 32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낸 토야마 에이코는 "여성들이 이혼할 수 없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 독립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낮은 여성 임금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분의 20~30년을 갖는 것이 기대된다"고 했다.

홍콩인 이만 라우 역시 50세에 이혼을 결정했다. 이혼 후 하이킹·수영·카약·스노클링을 즐기며 야외활동에 대한 열정을 새롭게 발견했다. 그는 "아시아인들은 이혼이 삶의 오점이나 금기, 실패의 낙인과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CNN은 황혼 이혼 증가가 향후 동아시아 고령 인구의 형태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 많은 사람이 혼자 살며 복지 지원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스스로 개척하는 형태의 삶도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