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순결해야"…英데톨, 中서 反성차별 광고 내놨다 '뭇매'
동거 경험 여성에 "더럽다" 비난하는 남성 등장
"마지막 반전 있지만 시대착오적 여성관념 지나치게 부각"
- 이상혁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상혁 수습기자 이정환 기자 = 영국 레킷벤키저의 항균성 액체 비누 브랜드 '데톨'이 중국에서 "독한 남자(toxic men)는 소독해야 한다"는 문구와 함께 내건 반(反)성차별 주제의 제품 광고가 오히려 "불쾌감을 조장한다"며 불매운동 위기에 빠졌다.
BBC·텔레그래프의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데톨이 중국에서 공개한 광고가 '잘못된 성적 인식을 퍼뜨린다'는 현지 누리꾼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5분 분량의 광고에서 남성은 여자친구가 자신과 사귀기 전 다른 남성과 동거했던 사실을 알고 여자친구를 "더럽다", "오염됐다"고 비난한다. 또 "나의 첫사랑이 아닐 순 있지만, 내 미래의 아내라면 그래선 안 된다"는 남성의 이중 잣대를 드러내는 대사도 등장한다.
이후 연애 경험이 없는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게 된 남성은 "깨끗하다", "다른 남자들에게 더럽혀지지 않았다"며 기뻐한다. 그러나 남성이 전 여자친구에 관해 "얼마나 더러웠는지 너는 모를 것"이라며 일갈하는 것을 들은 여성은 그의 독설적 태도에 이별을 결정한다.
여성은 광고 마지막 대목에서 "독설적인 남자는 박테리아와 같다. 마음 편히 지내려면 데톨로 완전히 없애버려야 한다"고 언급하며 제품을 홍보한다.
외부 인플루언서를 통해 제작된 단편 드라마 형식의 해당 광고는 지난달 24일 온라인에 최초로 공개됐다. 이후 한 달 간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여성을 대상화하고 시대착오적인 성 고정관념을 강화했다'며 논란이 불거졌다.
누리꾼들은 데톨이 광고에서 여성의 '깨끗함'과 '순결함'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면서 마지막이 돼서야 등장하는 반(反)성차별 메시지를 오히려 묻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역시 "나중에 어떤 반전이 나오든, (광고) 초반의 대사는 여성에 대한 완전한 무시와 경멸을 보여준다"는 누리꾼 반응을 빌려 후반부의 반전에도 시청자들은 여전히 불쾌함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결국 데톨 측은 지난 22일 웨이보의 자사 공식 계정을 통해 "원래 의도는 성차별을 비판하는 것이었지만, 여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줬다"며 "잘못된 콘텐츠와 검토 과정의 미흡함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수 없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데톨은 영상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삭제했지만, 일부 누리꾼은 불매운동을 주장하며 논란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데톨의 중국 광고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데톨은 작년에도 중국에서 "여성이 결혼식 직전에 '반품'됐다면,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광고로 논란이 된 바 있다고 BBC는 전했다.
idealhy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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