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제도 "中과 안보협정 재검토"…친중노선 탈피 예고

신임 총리, 호주 방문서 "관계 재설정" 선언…양국, 포괄적 조약 협상 개시
美·호주, 中 '부채함정' 맞서 경제·안보 지원 강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오른쪽)와 매슈 웨일 솔로몬제도 총리가 3일 호주 캔버라에서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6.6.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지는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친중 노선을 폐기하고 전통적 우방인 호주·미국과의 관계 복원을 공식화했다.

매슈 웨일 솔로몬제도 신임 총리는 3일(현지시간) 호주 캔버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임 정부가 중국과 체결한 안보 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22년 머내시 소가바레 당시 총리가 중국과 체결한 안보 협정은 중국 군함의 기항과 병력 파견 가능성을 열어둬 남태평양에 중국의 군사 기지가 건설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웨일 총리는 이 협정에 기밀 유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며, 취임 후 친중 성향의 특정 인물들을 주요 직책에서 경질한 뒤에야 출국 직전에 사본을 받아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웨일 총리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년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호주와의 관계 '재설정(reset)'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는 태평양 국가들이 주도하고 다루는 것이 최선"이라며 중국의 개입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가 솔로몬제도의 "최우선 안보 파트너"가 되길 원한다며, 양국이 경제, 안보, 개발 협력을 아우르는 새로운 '포괄적 조약'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호주는 솔로몬제도의 이번 정권 교체를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할 결정적 기회로 보고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놨다.

전임 정부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던 1억9000만 호주달러(약 2079억 원) 규모의 경찰력 증강 및 훈련 지원 프로그램을 즉각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사이클론 피해 복구와 국제 유가 상승 대응을 위해 3500만 호주 달러(약 383억 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솔로몬제도와 미국은 지난달 23일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한 민간 부문 투자를 촉진하는 '투자 인센티브 협정'을 체결했다.

웨일 총리는 항만과 같은 핵심 인프라 건설을 위해 미국·호주와 금융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중국의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솔로몬제도는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이후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인프라 차관을 도입했으며, 지난해 대중국 부채가 두 배로 급증했다. 특히 화웨이가 건설하는 161개 통신용 탑 프로젝트는 약 6600만 달러의 중국 수출입은행 차관으로 진행되는데, 사업성 부족으로 막대한 부채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솔로몬제도의 외교 노선 변경은 남태평양을 둘러싼 패권 경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호주는 이미 파푸아뉴기니·투발루·나우루 등과 안보 및 경제를 연계한 양자 조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중국의 남진을 막기 위한 '태평양 장벽'을 구축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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