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6세미만 SNS 금지' 시행…"연령제한 각국 확산 움직임"

인스타·틱톡·페이스북 등 청소년 계정 차단해야…위반시 최대 500억 벌금
덴마크·인니·브라질 등 논의 확대…"실효성 낮아" 우려도

9일 호주 시드니에서 한 10대 청소년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 계정이 연령확인을 위해 잠긴 계정의 메시지가 표시된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2025.12.09.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호주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 소셜미디어(SNS) 금지법을 10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시행했다.

호주에서 지난해 11월 통과된 이 법은 16세 미만 사용자를 SNS 플랫폼에서 차단하도록 의무화한다. 플랫폼이 이를 준수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85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는다.

이에 따라 이날 0시부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레딧 등 주요 SNS 플랫폼 10곳은 호주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접근을 차단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주의 금지 조치를 두고 "수많은 규제의 첫걸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SNS 연령제한 정책이 인도네시아, 덴마크, 브라질 등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허위정보 유포, 괴롭힘 조장, 신체 이미지에 대한 유해한 묘사 등 SNS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끼치는 피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규제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덴마크는 15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고, 13세 이상 청소년에게는 예외적으로 부모가 특정 플랫폼 접근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스타게 올슨 덴마크 디지털부 장관은 "정치인이자 부모로서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우리가 얼마나 강력한 도구를 만들어냈는지 깨닫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며 더 광범위한 유럽연합(EU) 차원의 규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내년까지 16세 미만 사용자의 SNS 금지 정책을 추진하며, 이 과정에서 호주가 시행하는 SNS 사용자 연령제한 방식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도 18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생성에 부모 동의를 요구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호주의 한 14세 소년이 휴대전화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5일(현지시간) 인기 소셜미디어 웹사이트 레딧과 스트리밍 플랫폼 킥이 다음 달부터 16세 미만 이용이 금지된 웹사이트 목록에 추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호주의 금지 조치를 두고 SNS 플랫폼 기업들은 준수 의사를 밝혔지만, 법안이 성급하게 통과됐다면서 청소년들이 연령확인 절차를 속이거나 우회접속을 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IP 우회접속에 이용되는 가상사설망(VPN)이 인기를 얻고 있다. 모니터링 플랫폼 Top10VPN에 따르면 지난 7일 VPN 수요는 이전 28일간의 일일 평균 대비 103% 증가했다.

금지목록에 올라온 10곳의 플랫폼 대신 경쟁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몰려드는 징후도 포착됐다.

시장조사기업 센서타워에 따르면 12월 첫째주 중국의 SNS 레드노트(샤오홍슈)의 모바일앱 주간활성 사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알파세대(2010~2020년대생)를 위한 안전한 SNS 플랫폼이라고 자칭하는 커버스타는 같은 기간 호주 내 사용량이 488% 급증했다.

이 규칙이 소외된 청소년의 사회적 관계를 끊거나 더 위험한 플랫폼으로 몰아넣는 등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단체 'UrVoice Australia'의 16세 홍보대사 패트릭 존스는 "문제는 콘텐츠 자체이지, 콘텐츠에 대한 우리의 접근성이 아니다"라며 유해 콘텐츠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호주 인터넷 규제기관 이세이프티는 SNS 규제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스탠퍼드대와 연구자 11명에게 금지 대상인 16세 미만 호주인 수천 명의 데이터를 최소 2년 분석하는 연구과제를 맡긴 상태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