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키운 그물망 제거하라" 홍콩, 159명 사망 화재 뒤 대대적 정비

사망 159명, 실종 31명…시공업체 등 21명 체포

홍콩 경찰 관계자들이 화재 참사가 발생한 웡 푹 코트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2025.11.30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홍콩 정부가 최소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파트화재 확산 원인으로 지목된 그물망을 모두 철거하라고 공사 현장 200여 곳에 명령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전날 밤 "공공, 민간 주거 건물의 안전 확보와 주민, 업체 불안 해소"를 위해 오는 6일까지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에서 모든 그물망을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버나데트 린 혼호 홍콩 개발부 장관은 "200개 이상의 민간 건물과 10곳 이상의 공공·정부 건물이 그물망을 철거해야 하며 비용은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건축국은 다음 주 그물망 샘플링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지정 실험실의 안전 기준 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에만 그물망을 설치할 수 있다.

이는 이번 화재 관련 보수 공사에 사용하는 대나무 비계(飛階·공사용 임시 발판)와 이를 감싼 나일론 계열의 가연성 그물망, 그리고 창문을 막은 스티로폼 패널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데 따라 취해진 조치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저급 자재를 따라 불길이 건물 전체에 빠르게 번졌다고 말했다.

또 최근 건설 현장 두 곳에서 그물망 관련 허위 안전 인증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당국은 투명성 요구가 커지자 판사가 이끄는 독립 조사위원회를 꾸려 화재 원인과 건축물 관리 체계 전반을 조사하도록 했다.

한편 경찰은 화재 조사 과정에서 21명을 체포했다. 웡 푹 코트의 보수공사 업체,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체, 2차 하도급인 비계 설치 업체 등에서 15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됐고 이어 화재 경보 시스템 업체 관계자 6명도 추가로 체포됐다.

화재 이후 지금까지 159구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이 중 140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성별은 여성 91명, 남성 49명이며 연령은 1세부터 97세까지다. 인도네시아·필리핀 출신 외국 가사도우미 등이 포함된 3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주민 2900여명이 임시 거처로 이동했으며 1152명은 호스텔·캠프·호텔에, 1765명은 임시 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