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 화재 며칠 전 건설사에 '화재 위험' 경고…예고된 인재 정황

지난해 7월부터 보수공사 진행…20일 점검 후 화재 안전조치 이행 요구
대나무 비계 등 건설 자재 안전기준 불합 의혹 …건설사 관계자 3명 체포

홍콩 타이포의 아파트 단지 '왕 푹 코트'에서 27일(현지시간) 불길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최소 65명이 목숨을 잃었던 26일 홍콩 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홍콩 노동부가 화재 발생 며칠 전 아파트 보수공사를 담당한 시공사에 화재 위험을 경고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 노동부는 지난해 7월부터 화재가 발생한 홍콩 타피포 아파트 단지 '왕 푹 코트'를 16차례 점검했으며, 가장 최근의 점검은 11월 20일에 실시됐다고 밝혔다.

점검 내용에는 보수공사에 사용된 대나무 비계(飛階·공사용 임시 발판)와 건축용 그물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포함됐다.

점검 결과 노동부는 시공사에 적절한 화재 안전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고층 작업에 안전하지 않은 조건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세 차례의 경고가 발부됐다고 설명했다고 SCMP는 전했다.

전날(26일) 오후 왕 푹 코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8개 동 중 7개 동을 휩쓴 뒤 27일 오후 6시에 진압됐다.

41년 전 지어진 아파트 단지인 왕푹 코트는 8개 동에 약 2000세대에 약 48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화재 당시 아파트는 지난해 7월부터 진행된 보수공사로 건물 외벽이 대나무 비계와 안전그물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화재의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대나무 비계와 가연성 건설 자재 등이 불길의 속도를 높여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홍콩 경찰은 공사를 맡은 건설사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또 왕 푹 코트 단지 공사를 담당한 로럴스 산업센터에 대한 증거 수색도 진행하고 있다.

홍콩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를 휩쓴 대형 화재로 최소 44명이 사망하고 279명이 27일 실종된 가운데 27일 오전 소방 작업이 진행중이다. 앞서 전날 오후 2시 51분쯤 홍콩 북부 타이포의 '왕 푹 코트'(Wang Fuk Court) 주거 단지에서 화재 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됐다. 왕 푹 코트는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로 이뤄졌으며 8개 동에 2000세대가 살고 있다. 불에 잘 타는 대나무 비계(飛階·공사용 임시 발판) 사용 관행이 화재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또 아파트 보수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버린 담배꽁초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주민 광푸이룬은 "건설 근로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늘 봤다. 그들은 담배꽁초를 곳곳에 버린다"고 SCMP에 전했다.

전 주택 단지 보안 책임자 웡도 자신과 다른 주민들이 단지 내 공공장소는 물론 비계 위에서 작업 중에도 근로자들이 흡연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SCMP에 전했다.

그러면서 "가장 끔찍한 것은 근로자들이 비상구를 통해 건물을 드나들기 편하도록 화재 안전 및 경보 시스템이 항상 꺼져 있었다는 것이다. 문은 잠기지 않았고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민 찬 쿽탁(83) 역시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대피 계획이나 지침도 없었고,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며 "노인들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면, 불에 타 사망했을 것"이라고 SCMP에 전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