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층아파트 화재 44명 사망·279명 실종…피해 늘듯(종합)

8개동 중 7개동에 불길 번져…화재 원인 미확인 속 중상자도 다수
외벽공사용 '대나무 비계' 타고 불길 번져…건설사 임직원 3명 체포

26일 홍콩 왕 푹 코트에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 AFP=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권영미 기자 = 홍콩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를 휩쓴 대형 화재로 최소 44명이 사망하고 279명이 27일 실종됐다. 중상자도 다수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홍콩 소방 당국은 전날 발생한 화재로 현재까지 44명이 사망했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주민 중 45명이 위중하다고 밝혔다.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주민 등 실종자는 279명이다. 사망자 중엔 소방관 1명이 포함되어 있다. 피신한 주민 등 약 900명은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새벽 기자회견을 통해 "우선순위는 화재를 진압하고 갇힌 주민들을 구조하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부상자를 지원하고, 세 번째는 지원하고 복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철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오후 2시 51분쯤 홍콩 북부 타이포의 '왕 푹 코트'(Wang Fuk Court) 주거 단지에서 화재 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됐다. 왕 푹 코트는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로 이뤄졌으며 8개 동에 2000세대가 살고 있다.

불길은 8개 동 중 7개로 빠르게 번져 나갔다. 4개 동의 화재는 이날 오전 기준 진압됐고, 나머지 3개 동의 화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고 SCMP가 보도했다.

불길에 휩싸인 홍콩 타이포의 초고층 아파트. 2025.11.26 ⓒ AFP=뉴스1 ⓒ News1 이지예 객원기자

홍콩 정부는 이번 화재를 최고 등급인 5급으로 격상하고 대응 중이다.

다만 강렬한 열기로 인해 소방 당국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71세 주민은 "아내가 안에 갇혀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해당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7월부터 대나무 비계(飛階·공사용 임시 발판)와 녹색 철망으로 둘러싸인 채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면서 피해를 키운 데는 불에 잘 타는 대나무 비계 사용 관행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오전 2시쯤 공사를 맡은 건설사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건물 보수 작업에서 창문을 밀봉하기 위해 사용한 보호망, 필름, 스트로폼 소재가 관련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했을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왕 푹 코트 화재는 1996년 11월 구룡지구의 상업용 건물에서 41명이 사망한 후 홍콩 최악의 화재가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화재를 진압하고 사상자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력 대응"을 촉구했다고 중국 국영방송 CCTV가 전했다.

km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