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등 돌리는 베트남?…"러시아와 11조원 무기 밀거래"

NYT "트럼프 예측불가능성에 베트남 노선 변경"
"베트남 내 친미 세력 입지 약화…대러 제재 우회해 제3국 통해 대금 지불"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 앞에 걸린 북한 인공기, 미국 성조기, 베트남 금성홍기 중 관계자가 미국 성조기를 내리고 있다. 2019.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한때 미국산 C-130 수송기 구매를 추진하며 미국과 군사 협력 강화를 모색하던 베트남 정부가 돌연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트남은 오랜 군사 파트너인 러시아와 80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에 달하는 무기 구매 계약을 비밀리에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킹 등으로 유출된 러시아 군수업체 문서에 따르면 이 계약에는 러시아산 전투기 수호이(Su)-35와 Su-30 전투기 40대, 첨단 방공 시스템, 잠수함 기술 이전 등이 포함됐다.

베트남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제3국 기업이나 석유·가스 합작 투자 회사를 통해 대금을 지불하고 있었다.

이 같은 베트남의 노선 변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산 가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대외 원조를 삭감하는 등 베트남을 압박해 왔다.

이런 행보는 베트남 내 친미 세력의 입지를 약화하고 미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안보 전문가 응우옌 테 프엉은 NYT에 "트럼프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에 매우 회의적인 자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응우옌은 "만약 베트남이 미국산 F-16 전투기를 구매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협상하기 위해 베트남의 F-16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러시아뿐 아니라 북한·중국과도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최근 방북해 북한과 국방 분야 협력에 합의했으며, 중국과는 수년간 지연됐던 국경 철도 연결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비해 북·중·러를 아우르는 권위주의 진영과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은 베트남에 막대한 투자를 해 온 한국과 일본 등 미국 동맹국들의 우려를 키운다. 베트남의 친러나 친중 행보가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안보 구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내달 초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베트남에 파견할 예정이지만, 이미 벌어진 양국 간의 신뢰 관계를 좁히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응우옌은 "무역 문제뿐 아니라 트럼프의 생각과 행동을 읽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