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견병 개물림' 年 2만 명 죽는 인도…'떠돌이 개' 100만 마리 잡아 가둔다

노약자들 피해 심각…대법 '보호소 관리' 특단 명령

2023년 6월 19일, 인도 남부 첸나이에서 떠돌이 개들이 거리의 폐점된 가게 앞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자료 사진>ⓒ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인도 대법원이 11일(현지시간) 델리 수도권 지역의 수천 마리의 떠돌이 개를 즉각적으로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어린이 대상 공격과 심각한 광견병 피해를 이유로 들었다. 이번 판결은 인도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떠돌이 개 문제에 대한 강력한 조치 중 하나로 평가된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법원은 지방 당국에 모든 떠돌이 개를 포획해 중성화 및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새로 건설된 보호소로 이송할 것을 지시했다.

당국은 8주 안에 시설을 마련하고 CCTV를 설치해 동물들이 다시 거리로 방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래 인도의 정책은 포획해 중성화해서 원래 살던 곳에 방사하는 것이었는데, 포획해 격리한 후 보호소에 가두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재판부는 즉각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판사 JB 파르디왈라는 "중성화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지역의 떠돌이 개를 포획하라"며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놀 때, 노인들이 산책할 때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파르디왈라 판사는 중성화된 개를 원래 지역으로 돌려보내도록 규정한 인도의 동물 출산 통제(ABC) 규정을 "터무니없고 효과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른바 동물 애호가들이 아이들의 생명을 되돌릴 수 있겠는가"라며 당국이 정책 논쟁보다 단호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판결이 예외를 인정하지 않으며, 개 제거에 저항하는 사람은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ABC 규정은 떠돌이 개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과 광견병 백신 접종 후 원래 살던 지역으로 방사하는 정책을 말한다. 개는 영역 동물이라 중성화된 개를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면 다른 떠돌이 개들이 그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그 지역은 광견병에서 안전해진다는 취지다.

델리를 비롯한 인도 도시들에서 떠돌이 개 문제는 주요한 시민 갈등 소재다. 일부 주민들은 개들을 위협으로 여기지만, 다른 이들은 가족처럼 여기 때문이다. 많은 개는 '커뮤니티 피더'라 불리는 주민들에 의해 매일 먹이와 물,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개를 보호소에 가두는 데 반대하는 시민들은 판결이 내려진 날 밤 도심에서 촛불 행진을 벌였다. 행진에 참여한 한 사람은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행진한다"며 "개들은 스스로 말할 수 없다. 보호소에 갇혀서는 안 된다. 그들이 살아온 곳에서 뿌리 뽑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광견병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5700명이 광견병으로 사망하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실제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2012년 실시된 마지막 개체 수 조사에서는 델리의 떠돌이 개가 6만 마리로 집계됐지만, 현재는 100만 마리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개무리들은 공원, 공사장, 주택가 골목을 돌아다니며, 어린이와 노인을 대상으로 공격해 자주 뉴스에 오르내렸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델리에서는 3만 5198건의 동물 물림 사고와 49건의 광견병 사례가 보고됐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