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국경충돌 "12명 사망"…F-16·중화기 교전(종합)

국경 6곳서 교전 확산에 주민 4만명 대피…수십년래 최악 충돌
태국, 캄보디아 내 국민 대피 촉구…자국대사 소환·캄보디아대사 추방

동남아시아 이웃국 태국과 캄보디아가 24일 국경 지역에서 교전을 벌인 가운데 캄보디아 군이 교전에 사용한 러시아산 BM-21 다연장로켓포가 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2025.07.24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윤다정 기자 = 동남아시아 이웃 국가인 태국과 캄보디아 군이 24일, 분쟁 중인 국경 지역에서 또 교전을 벌여 태국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하며 양국 관계가 수십년래 최악으로 악화됐다. 태국이 지뢰 폭발 사고를 이유로 캄보디아 대사를 추방하고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는 조치를 취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0분쯤 분쟁 지역에 있는 고대 크메르-힌두 사원 프라삿 타 무엔 톰에서 동쪽으로 약 200m 지역에서 총격이 있었다고 태국 군은 발표했다. 태국 군인들은 드론 소리도 들었고, 무장한 캄보디아 군인 6명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또 이 총격으로 태국 군인 6명이 다쳤다.

이후, 캄보디아군이 민간인 밀집 지역에 다연장 로켓 BM-21을 2발 발사하는 등 국경 지역 6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사상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로이터는 태국 군과 보건부를 인용해 민간인 11명과 군인 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태국 북동부 수린주 카브쳉에 있는 86개 마을 주민 약 4만 명은 인근의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했다.

이날엔 전투기도 동원됐다. 태국이 국경 지역을 따라 배치 준비를 해놓은 F-16 전투기 6대 중 1대가 캄보디아 쪽으로 발포, 지상 목표물을 파괴했다고 태국군은 밝혔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군 측은 태국 전투기 폭탄은 도로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군인(우측)과 태국 군인이 2025년 3월 26일 국경 분쟁지역인 프라삿 타 무엔 톰(프라삿 탄 무엔 톰)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선임기자

또한 캄보디아군 측은 이날 태국군이 먼저 발포해 캄보디아가 자위권 차원에서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날 지뢰 사건 이후, 이날 아침에 태국 군인들이 프라삿 타 무엔 톰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태국 군대가 공격 범위를 확장, 캄보디아 오다르민체이주 내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과 타 크라베이 사원에 있는 캄보디아 군사 기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주재 태국 대사관 측은 페이스북에 캄보디아에 있는 태국 국민은 긴급한 사유가 없는 한 "가능한 한 빨리" 캄보디아를 떠나야 한다고 메시지를 올렸다.

전날 오후에는 태국 북동부 우본랏차나티 추 남위언 지구에서 지뢰가 폭발해 태국군 순찰대 5명이 부상했다. 품탐 웨차야차이 태국 총리 권한대행은 태국군 조사 결과 캄보디아가 국경 분쟁 지역에 새로 지뢰를 설치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군의 제안을 수용해 여러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기로 했다"며 "캄보디아 주재 태국 대사는 소환하고, 태국 주재 캄보디아 대사를 추방해 외교 관계를 격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인도차이나 통치 시기 형성된 800㎞의 국경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분쟁을 벌였다. 지난 5월 28일에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국경이 접하는 '에메랄드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해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숨졌다.

이후 태국은 국경 통과를 제한하고 캄보디아는 태국산 연료, 가스, 과일·채소 등 주요 수입 품목 반입을 중단하는 등 상호 보복 조치를 주고받으며 긴장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말리 소체아타 캄보디아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태국이 자국의 공격적 행위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캄보디아가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그는 "캄보디아는 지속해서 태국 측에 '해당 지역에는 과거 전쟁 당시 매설된 지뢰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으며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