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더스의 개, 대체 왜 벨기에 성당에서 죽었을까?

[플랜더스 여행 ④] '루벤스'와 '손'으로 흥한 앤트워프
초콜릿·다이아몬드 테마 박물관 인기

편집자주 ...벨기에 북부 지역인 플랜더스는 역사·문화적인 관점에서 유럽의 심장부로 불린다. 이 지역에서 유럽의 여러 문명이 만났고, 이곳의 활기차고 다채로운 생활방식과 예술은 유럽의 다양성을 상징한다. 우리에게도 너무 친숙한 와플, 초콜릿, 맥주의 진수도 바로 플랜더스에 있다. 겐트, 브뤼헤를 소개한 지난 시리즈들에 이어 플랜더스의 매력적인 도시인 '앤트워프'를 소개한다.

앤트워프 성모 마리아 대성당ⓒ 뉴스1 윤슬빈 기자

(플랜더스(벨기에)=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왜? '플랜더스의 개'에서 네로와 파트라슈는 차디찬 성당 바닥에서 죽음을 맞이했을까. 그 답은 앤트워프에서 찾을 수 있다.

앤트워프는 아직은 우리나라에 덜 알려졌지만, 수도 브뤼셀에 이어 벨기에의 제2의 도시이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을 가진 항구도시다.

그리고 우리에게 동명의 TV 애니메이션으로 너무나도 친숙한 영국의 여류 작가 그린 위다의 소설인 '플랜더스의 개'의 무대다. 해당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만들어져 한국과 중국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재미난 대목은 앤트워프 현지 사람에게 '플랜더스의 개'라고 하면 못 알아들을지도 모른다는 점. 벨기에뿐 아니라 유럽에선 소설이 인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도시의 상징은 따로 있다. 바로 이 도시를 부흥하게 한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와 '손'이다. 루벤스를 따라가면, 플랜더스의 개가 담긴 이야기를 만나게 되고 손을 쫓아가면 도시 이름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다.

루벤스의 자화상(1628~1630)ⓒ 뉴스1
당시 아트 룸을 소박하게나마 복원해 두었다ⓒ 뉴스1

◇루벤스가 살린 도시

16, 17세기 스페인에 지배받던 앤트워프는 예술, 문화의 도시로 크게 번영했는 데, 그 중심인물이 루벤스였다.

17세기, 종교개혁 이후 위상이 손상된 가톨릭은 이를 회복하기 위해 로마를 중심으로 웅대하고 화려한 장식의 바로크(Baroque) 미술을 퍼트리기 시작한다. 이때 루벤스는 독자적인 바로크 양식을 확립하면서, 유럽을 대표하는 화가로 우뚝 선다.

루벤스가 당시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루벤스의 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리를 향하고 있는 외관은 상당히 절제돼 있지만, 내부의 안뜰은 호화로운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졌다.

심지어 집 안 벽지는 가죽이다. 내부를 둘러보면 집인지, 미술관인지 헷갈릴 정도로 당시 평민들이 먹기 힘들었던 과일이나 육류를 그린 정물화며, 친한 작가들의 그림이 상당수 걸려있다.

부유층의 상징인 '아트 룸'(미술 전시방)도 따로 있을 정도다.

이 집은 루벤스의 생가는 아니다. 앤트워프 출신인 루벤스의 부모는 개신교 신앙 고백으로 도시에서 쫓겨나듯 독일로 망명해, 그곳에서 루벤스를 낳는다. 10세 때 아버지가 죽자, 루벤스는 가족과 함께 앤트워프를 돌아와 죽을 때까지 활동하게 된다.

'루벤스의 집'은 루벤스가 이탈리아에서 미술 공부 후, 스페인과 네덜란드 궁정화가로 돈을 번 후 1610년에 지어지고, 여러 차례 증축 후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앤트워프 성모 마리아 대성당 앞에 자리하고 있는 잠자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조형물ⓒ 뉴스1
대성당에 걸린 루벤스의 제단화. 십자가를 세움(왼쪽),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 뉴스1

루벤스는 플랜더스의 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인공인 네로는 루벤스의 열렬한 팬이었다. 이 소년은 충견 파트라슈와 함께 오로지 루벤스의 제단화인 '십자가를 세움'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보기 위해 추운 겨울, 배고픔과 추위를 뚫고 대성당을 찾는다. 그림을 마주한 소년은 결국 차가운 성당 바닥에서 파트라슈와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

루벤스는 역사화나 종교화를 많이 그렸는데, 두 점의 제단화는 그 분야의 대표작으로 불린다.

허구 속 이야기지만, 여전히 매년 많은 한국, 일본, 중국인 관광객들은 네로가 목숨을 걸어가며 보고 싶어 하던 루벤스의 제단화를 보러 앤트워프 대성당을 찾는다.

성당 앞엔 마치 방문객을 위로하듯, 편안하게 잠든 표정으로 누워 있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 함께 누워서 잠을 자는 포즈를 취하는 관광객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앤트워프 광장을 상징하는 거인의 잘린 손을 던지는 소년 동상ⓒ 뉴스1
앤트워프 중앙역에 있는 잘린 손 조형물ⓒ 뉴스1

◇'손'을 빼고 앤트워프를 논하지 말라

앤트워프와 '손'은 떼레야 뗄 수 없다. 앤트워프(Antwerp)라는 이름은 '손 던지기'라는 뜻의 '핸드워프'(Hantwerp)에서 유래됐다.

어딘가 꺼림칙한 이름엔 믿거나 말거나 한 역사 속 이야기가 얽혀 있다. 중세시대 안티고온(Antigoon)이라는 거인은 강 위에 자리한 다리에 터를 잡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통행료를 뜯어낸다.

만약 돈을 내지 않으면 손목을 잘라 벌리는 악행을 저지르며, 시민들을 벌벌 떨게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실비우스 브라보라는 소년이 나타나 용감하게 거인의 손목을 잘라서 강에 던져 버렸고, 암흑 같은 도시는 다시금 안정을 찾게 된다.

이러한 전설을 한눈에 이해하기 쉽도록 앤트워프 중앙 광장엔 거인의 잘린 손을 던지는 소년의 동상이 떡 하니 자리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선 '잘린 손'을 만날 수 있다. 길거리의 벽화며, 기념품 숍에서 판매하는 머그잔, 모자, 마그네틱(냉장고 자석)에 잘린 손이 그려져 있고, 손 모양의 초콜릿과 쿠키도 판매된다.

기차역계의 대성당으로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뽑힌 바 있는 중앙역엔 거대한 손 조형물도 있다. 인증 사진 명소다.

손 외에도 중앙역은 웅장하고 화려해 볼거리가 다양하다. 역사 안엔 '르 로얄'이라는 카페가 있는데, 오래전에 부자들이 기차를 타기 전에 대기했던 지금의 '비즈니스 라운지' 같은 공간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초콜릿 네이션ⓒ 뉴스1
다이아몬드 박물관인 '디바'ⓒ 뉴스1

◇앤트워프에서 뜨는 명소는?벨기에가 초콜릿으로 유명한 건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앤트워프에선 이색적인 방법으로 초콜릿을 즐길 수 있다.

초콜릿 테마 박물관인 초콜릿 네이션(Chocolate Nations)에선 벨기에 초콜릿 역사, 초콜릿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을 흥미로운 '미디어 아트'로 보여준다. 초콜릿을 무한정 시식할 기회도 주어진다.

앤트워프에서 또 하나 놓쳐선 안 될 볼거리가 바로 '다이아몬드'다. 지난 500년간 전 세계 다이아몬드 거래는 앤트워프를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정도였고, 지금도 세계에서 유통되는 다이아몬드의 80%가 앤트워프에서 이루어진다.

마치 한국의 종로3가를 보듯, 앤트워프 거리엔 수많은 보석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에 들어가서 다이아몬드를 구경하자니, 부담스럽다면 최근 문을 연 다이아몬드 박물관 '디바'(DIVA)를 가면 된다. 아무리 보석에 관심이 없거나 몰랐던 사람도 절로 화려함에 매료된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