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힘빼지마"…'여배 첫 도전' 김세진, SOOP에 男배구 DNA 심는다
"웜업 때 호흡 맞추기 불필요…경기 전 마인드컨트롤 더 중요"
"여자 선수 특성에 맞춰야 하지만…공격적인 배구 포기 못해"
- 권혁준 기자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쓸데없이 힘 빼지 마."
여자 배구 신생팀 SOOP의 초대 사령탑 김세진 감독(52)이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경기 전 선수들 간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동작을 맞추며 기합을 내지르는 것인데, 김세진 감독은 이것이 경기력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김 감독은 "예전의 방식이긴 한데, 남자 선수들은 이제 하지 않는다"면서 "선수들에게 괜히 체력 소모하지 말라고 했다. 각자 몰입할 수 있는 식으로 몸을 푸는 것이 훨씬 낫다"고 했다.
그는 "물론 그 방법도 그때의 방식으로 효과가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경기 전 그 시간은 자기만의 시간이고, 스스로 마인트컨트롤도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해야 한다. 호흡 맞추는 것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 6월 창단한 여자배구 SOOP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지난 2019년 남자배구 OK저축은행 감독에서 물러난 뒤 7년 만의 사령탑 복귀다.
여자배구, 그것도 신생팀의 지휘봉을 잡는 것은 김 감독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선수와 감독으로 정상에 올랐던 그에게 이번 도전은 자칫 그동안 쌓은 명성에 흠집을 낼 수도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김세진 감독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그는 "감독을 다시 하겠다고 생각한 순간 각오한 일"이라며 "여자 배구에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다음 문제는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남자배구에서 해온 방식을 여자배구에 그대로 가져오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김 감독은 자신이 먼저 여자 선수들의 특성과 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남자 선수들에게는 호통을 치는 등 '큰형' 같은 방식으로 다가갔던 김 감독이지만, 여자 선수들을 대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김 감독은 "OK저축은행에선 선수들과의 소통을 위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했는데, 아직 여기에선 한 번도 안 했다"면서 "아무래도 여자 선수들만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내가 단숨에 바꾸려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팀 특성에 내가 적응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여자배구를 바라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김 감독은 한국배구연맹(KOVO) 운영본부장을 맡으며 여자배구를 가까이서 지켜봤고, SOOP의 전신인 페퍼저축은행의 경기도 많이 관찰했다.
기존 여자배구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손볼 부분은 분명히 보고 있었다.
김 감독은 "물론 그 전의 지도자와 팀 운영 방식도 존중한다. 내가 바라보는 방향과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다"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은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들끼리 사인 맞추는 법, 잘 안 풀릴 때 헤쳐 나가는 방법 같은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김 감독의 청사진은 분명하다. 남자배구에서 오랜 시간 쌓은 훈련과 경기 운영 방식을 가져오되, 여자 선수들의 특성에 맞게 변형해 SOOP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수비와 기본기, 유기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면서 "그래도 범실이 나오더라도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선수들도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할 변화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주장 고예림은 "생각보다 수다스럽다는 인상이었는데, 운동할 때는 디테일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써주신다.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했다.
새롭게 SOOP에 합류한 전새얀도 "모든 게 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면서 "조급해 하지 말고 우리의 배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김세진 감독은 "시즌이 끝났을 때 적어도 '동네배구 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만의 짜임새 있는 배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