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진주국제여자배구대회가 안겨준 숙제
VNL서 강등된 한국,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 절실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경남 진주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코리아인비테이셔널 진주국제여자배구대회가 팬들의 관심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순항 중이다. 강팀과 붙을 기회가 생긴 선수들도, 모처럼 안방에서 수준 높은 여자배구 대표팀 경기를 보는 팬들도 즐겁다.
이번 대회는 올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승11패로 강등된 여자배구가 세계적 강호와 붙을 기회가 크게 줄어들자 대한배구협회가 그 간격을 메우고자 마련한 무대다. 국제배구연맹(FIVB) 톱 랭커에 올라있는 아르헨티나, 프랑스, 스웨덴, 체코, 일본이 출전했다.
모처럼 국내에서 여자 대표팀 경기가, 그것도 세계적인 강팀들의 참가 속에 열리자 배구계 반응은 뜨겁다.
현장에서 만난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결국 실전에서 자주 붙어보는 게 중요하다. 직접 부딪치고 깨지면서 배우는 게 있다. 한국 배구에는 연습 때는 잘 하다가도 강팀들과의 큰 경기에선 실력을 발휘 못 하는 선수가 많다. 이런 무대가 그 아쉬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직접 코트에서 뛰는 선수와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여자대표팀 주장 강소휘는 "내년에 VNL에 못 나가기 때문에, 강팀들과 붙는 경험이 아주 소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용뿐 아니라 결과도 잡고 싶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부담감을 덜어내고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구계 전체가 반길 만큼 좋은 대회인데, 중요한 건 이런 무대가 단발적으로 생기고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는 오는 22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FIVB 세계선수권에 대비한 몸 풀기용 성격이 짙다. 실제로 대회 출전 팀 대부분이 세계선수권에 앞서 아시아에 적응하고 실전 감각을 키울 상대를 찾던 중 이번 대회 스케줄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대한배구협회가 이를 사전에 포착하고 미리 움직여 섭외한 점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매년 올해와 같은 상황일 수는 없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해외 팀들을 꾸준히 초청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초청료'다. 강팀일수록 돈이 많이 든다. 강팀과 붙을 기회가 없어진 우리 입장에서야 절실하지만 역설적으로 강팀은 우리와 굳이 붙을 이유가 없다.
적절한 상대 팀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강한 팀과 붙는 것보다는 배울 게 많으면서도 한두 세트 정도는 딸 수 있는 정도의 팀이 효과가 있다. 사실 쉽지 않은 미션이다.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VNL 출전권을 언제 다시 딸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지금, 세계배구와 계속 호흡하고 흐름을 쫓아가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코리아인비테이셔널 같은 안방에서 치르는 국제대회를 더욱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강팀과의 경기 기회를 만드는 게 현 시점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올해 처음에는 남자부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여자 대표팀이 VNL에서 떨어지면서 여자 대표팀의 성장을 위해 여자부 대회로 변경했다. 내년에는 남자부와 여자부 대회를 동시에 치르는 방안도 고려하고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우선 내년에도 이 대회를 국내에서 개최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와 논의하고 있다. 브라질 등 이번 대회에 오지 않은 다른 강팀들과도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노력 중이라고 했다.
좋은 출발을 했다. 그러니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연속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참에 '코리아인비테이셔널'을 한국의 대표 배구국제대회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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