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수빈 마음 흔든 한 마디 "너의 이미지, 한 번 바꿔보고 싶지 않니?"
1년 동안 프로 무대 떠나 있다가 복귀
두려움 컸지만, 이겨내자는 생각으로 기업은행 입단 결정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최수빈이 1년 만에 프로 무대로 돌아오게 된 이유와 복귀를 결정하기까지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기업은행은 지난 6월 25일 "프로 무대를 떠나 포항시체육회에서 선수 생활 중이던 최수빈과 계약했다"며 그의 프로 복귀 소식을 전했다.
뉴스1은 팬들과 만날 준비를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최수빈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 무섭고 두려웠던, 프로의 제안
"처음엔 무서웠다."
최수빈은 서남원 기업은행 감독의 프로 복귀 제안을 들었을 때의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유가 있다. 프로를 떠나기 전인 2019-20시즌 최수빈은 주전에서 밀려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12경기 출전, 3득점에 그쳤다. 당시 최수빈은 장점인 수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위축됐고, 시간이 흐를수록 팀 내 존재감이 줄었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자존감이 바닥'이던 시기였다.
그래서 복귀 제안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았다. 최수빈은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프로에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내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감독이 몇 차례 더 전화를 해 물었지만, 최수빈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며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최수빈은 열흘 넘게 고민으로 밤을 지새운 끝에 기업은행, 그리고 프로 무대로의 복귀를 결정했다.
◇ 최수빈을 움직이게 한 서남원 감독의 한 마디
"무서웠다"며 프로 복귀를 두려워하던 최수빈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건 서 감독의 한 마디였다.
최수빈은 "'감독님이 (2019-20시즌에 좋지 않았던)그때 이미지, 한 번 바꿔보고 싶지 않니?'라고 물으셨다. 그 말이 와 닿았다. 위축된 기억에 갇혀서 두렵다고 피하기만 할 게 아니라, 내가 직접 그 부닥쳐 그 이미지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최수빈이 프로를 떠나있던 동안 복귀를 완전히 배제하고 지냈던 건 아니다. 다만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다는 자평이 있었다. 이 역시 2019-20시즌의 부진과 당시 겪은 마음고생이 이유였다.
최수빈은 곰곰이 생각하며 그런 마인드도 바꿨다.
최수빈은 "기량이 더 올라왔을 때 프로에 도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기량이 올라와도 기회가 없으면 프로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한 뒤 "포항시청 팀에서 기량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프로로 돌아간 뒤 열심히 노력해 기량을 올리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 완전히 달라진 최수빈이 온다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고 난 뒤엔, 더는 고민이 필요 없었다. 최수빈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후회 없이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최수빈은 "(프로 무대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니, 더 프로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며 "체계적이고 훌륭한 시스템 속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기업은행에도 감사하고, 서남원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더해 내 주변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며 웃었다.
최수빈은 인터뷰 당일도 연습 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 다가올 시즌을 향한 기대를 드높였다. 최수빈은 "대표팀에 선수들이 많이 차출된 덕도 있지만, 요즘은 코트 안에 있는 시간이 많다.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훈련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동료들 역시 최수빈의 복귀를 반겼다. 최수빈은 "많은 동료들이 다 반겨줬다. 특히 조송화 선수와 신연경 선수가 적응을 도와주고 있다"며 "신연경 선수가 첫 연습 경기를 함께 치른 뒤 '이런 선수가 우리 팀에 꼭 필요했다'고 말해줬는데, 그때 참 벅찼다"고 말했다.
프로를 떠나기 직전 시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이후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의 상처'가 컸던 그녀였기에, 이런 말 한 마디는 더욱 큰 행복을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수빈은 "예전에는 걱정부터 앞섰지만, 이제는 다르다. 멘탈이 강해졌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두려움 없이 이 악물고 덤빌 것"이라며 이번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최수빈은 한 애니매이션 장면과 자막을 캡처해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해 두었다. 해당 장면에 나온 주인공의 대사는 이렇다.
"괴로운 일이 지나가면, 그만큼 멋진 일이 기다린단다. 그 멋진 상을 기다리렴."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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