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이기혁, '난리통'에 묻히기 아까운데…AG로 다시 '찬스'
2026 월드컵 이기혁, AG 와일드카드 발탁
병역특례 기회이자 '대표선수 이기혁' 위한 실험대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은 대한민국 축구사에 악몽으로 남았다. '기본'이라 여긴 32강 진출에 실패했고 과정 속 여러 잡음이 꼬리를 물고 수면 위로 올라와 계속 오점을 남기고 있다. 아직 끝도 아니다. 이미 잃은 게 많은데 여진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은 마땅히 차갑게 평가받아야 하지만 최선을 다한 이들의 긴 노력, 그 속에서 잘한 이들의 성과도 함께 지워지고 있는 것은 아쉽다. 대표적인 이가 '신데렐라' 이기혁(26)이다.
북중미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깜짝 승선한 이기혁은 대회 직전 평가전과 사전캠프를 통해 주전으로 발돋움했고 조별리그 3경기 내내 후방을 지키며 호평을 받았다. 만약 홍명보호의 항해가 토너먼트까지만 이어졌어도 이기혁을 향한 박수는 더 이어졌을 공산이 컸는데 완전히 묻혔다. 다행히 그런 이기혁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를 잡았다.
이기혁이 오는 9월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 축구 관계자는 8일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1일 이기혁, 엄지성, 양현준이 와일드카드로 포함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최종 명단을 대한체육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는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23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한다. 하지만 23명 최종 엔트리 중 3명은 나이 제한을 받지 않는 와일드카드로 채워지는데 이기혁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북중미 월드컵을 앞둔 5월까지는, K리그 팬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이기혁이 또 한 번 큰 국제무대에 나서게 됐다.
팀의 실패로 빛이 바랬으나 이기혁의 발견은 북중미 월드컵의 큰 소득이었다. 이기혁은 김민재-이한범과 함께 스리백의 한 축으로 출전해 조별리그 3경기 내내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물론 '결정적 장면'에 이기혁이 있었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
이기혁은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김승규 골키퍼와의 호흡 미스로 치명적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해당 장면으로 이기혁의 플레이를 문제 삼기에는 전체적인 플레이가 좋았다.
월드컵 전까지 A매치 경험이 거의 없었던 선수가 맞는가 싶을 정도의 대범하고도 침착한 플레이는 많은 전문가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팬들에게 확실하게 이름을 각인시킬 기회가 희석된 이기혁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더욱 진할 대회였는데, 다시 비상할 기회를 잡았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끄는 이민성 감독은 수비수 출신이다. 이기혁처럼 중앙 수비수로도 측면 수비수로도 잘 뛰었다. 그가 심사숙고해서 택한 수비수 와일드카드가 이기혁이라는 것은 그만큼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민성호는 대회 4연패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은, 시쳇말로 '우승 못하면 욕먹는 대회'다. 게다 북중미 월드컵 실패로 축구계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치르는 대회다. 그 부담스러운 무대에 이기혁이 후방의 중심을 잡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이기혁 개인적으로도 귀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점점 '국방의 의무'에 대한 부담이 커질 이기혁 입장에서는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이번 대회를 놓치면 '병역특례'는 사실상 어렵다. '대표선수 이기혁'의 향후 행보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축구대표팀은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라는 중요한 대회를 준비해야한다. 사령탑은 바뀌겠으나 선수들은 북중미 월드컵 참가 멤버가 골격이 될 수밖에 없다. 수비라인 역시 틀이 유지될 공산이 큰데, 이기혁이 그 '틀' 속에 남을 수 있는 선수인지 증명해야 한다.
북중미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본 한 축구인은 "개인적으로 이기혁을 잘 알지 못했는데, 진짜 물건이 하나 나온 것 같다"고 칭찬한 뒤 "저런 친구들이 팬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으면 싶은데 전체적인 결과가 아쉽다"는 뜻을 전했다. 비슷한 견해를 밝힌 이들이 꽤 있었는데, 그 아쉬움을 씻을 수 있는 새 발판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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