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영상통화' 김승규·'38도 고열' 오현규, 대한민국 구했다
[월드컵] 체코전 역전승 뒤 홍명보호 믹스트존 인터뷰
- 안영준 기자,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김도용 기자
(서울·과달라하라=뉴스1) 안영준 김도용 기자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 체코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감독과 선수들이 기쁨과 자부심이 섞인 소감을 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시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한국은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22분 황인범이 절묘한 칩샷으로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35분 오현규가 온몸을 내던지는 투혼의 골로 짜릿한 승리를 완성했다.
'32강 진출' 9부 능선을 넘은 이 값진 승리는 한국 축구뿐 아니라 홍명보 감독에게도 뜻깊다.
그는 선수 시절 1990 이탈리아 대회부터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12년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다가 2002 한일 대회에서 폴란드를 꺾고 감격적 첫 승을 누렸던 바 있다. 이어 지도자로서도 2014 브라질 대회 때 처음 한국을 이끌고 월드컵에 진출했다가 1무2패에 그친 뒤, 이번 대회에서 다시 도전해 값진 승리를 따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시절에 이어 지도자로도 첫 승까지 12년이 걸렸다"면서 옅은 미소를 보인 뒤 "오늘의 승리는, 그저 우리 선수들이 잘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제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했고, 출전하는 선수든 벤치에 있는 선수든 모두 하나가 되자고 강조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 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결승골의 주인공 오현규는 고열을 이겨내고도 투혼을 발휘해 득점한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점심 먹고 갑자기 열이 엄청나게 올라서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팀 닥터 선생님들이 정말 극진하게 보살펴 주셔서 이렇게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며 팀 닥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4년 전 예비 선수로 등번호 없이 카타르 월드컵을 치렀던 오현규는 이번엔 당당히 핵심 전력으로 성장, 꿈에 그리던 골을 만들어냈는데 이에 대해서 "첫 월드컵이지만 4년 전 예비 선수로 형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험했던 덕분에 이번엔 떨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그의 아버지가 가게 문을 닫고 멕시코까지 응원을 온 것도 커뮤니티에서는 화제가 됐다.
오현규는 이에 대해 "한 달 뒤에 가게 안 열어도 되도록 제가 남은 경기 더 잘하겠다"고 재치 있는 각오를 전했다.
이날 슈퍼 세이브 2개를 펼치며 팀을 구한 골키퍼 김승규는 최근 얻은 딸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24년 모델 김진경과 결혼한 김승규는 이달 초 딸을 얻었는데,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딸의 얼굴을 보며 힘을 냈다고 한다.
그는 "오늘 경기장에 오기 전 딸과 영상통화를 했다"면서 "이전까지는 자는 모습만 봤는데 오늘은 눈도 마주쳐줘서 더 힘이 났다"며 방긋 웃었다.
'1골 1도움'으로 이날 한국의 2골에 모두 관여한 황인범은 자신의 활약뿐 아니라 팀 전체가 강력한 정신력을 가진 점을 주목했다.
그는 "경기장에 나선 선수들 모두 모든 걸 쏟아냈다. 이번에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도 벤치에서 끝까지 응원했다"면서 "4년 전 카타르 대회 때 느꼈던 팀 정신을 볼 수 있었다. 이 덕에 앞으로 남은 경기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 이을용의 아들인 이태석은 이날 월드컵 출전으로 한국 축구 역사상 두 번째 부자 월드컵 출전을 이루게 됐다. 1호는 차범근-차두리 부자다.
이태석은 "대를 이어서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다. 우리 가족들한테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좋다"며 웃었다.
이어 "먼저 실점했지만,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믿으며 뛰었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A매치 1회 출전 기록으로 월드컵 최종 명단에 깜짝 발탁된 뒤, 월드컵 출전까지 일군 '신데렐라' 이기혁도 승리의 주역이다.
그는 이날 한 차례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체코 수비를 꽁꽁 묶는 공을 세웠다.
이기혁은 "긴장은 하지 않았다. 한 번 실수했을 때 약한 모습을 보이면 더 파고들 거라 생각해서, 잊으려 노력했다"고 당찬 모습을 보인 뒤 "한국 팬들의 응원에 뭉클했고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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