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달라졌다…'선제 실점' 부담 이겨내고 '연속골'

[월드컵] 황당한 실점 후 황인범·오현규 연속골로 2-1 승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오현규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6.6.12 ⓒ 뉴스1 임세영 기자

(과달라하라=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대한민국 월드컵사를 통틀어 조별리그를 통과, 토너먼트 단계에 진출한 경우는 단 3번뿐이다. 보면서도 믿기지 않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과 원정 대회 첫 16강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고 4년 전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 일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이다.

세 대회 모두 첫 경기를 잘 풀었다. 히딩크호는 2002년 폴란드와 1차전에서 황선홍-유상철의 연속골로 만든 2-0 승리를 도화선으로 신화를 썼고, 2010 남아공 때 허정무호 역시 그리스를 상대로 전반 이정수, 후반 박지성의 골을 묶어 2-0 완승을 거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차전 우루과이전은 0-0으로 끝났으나 경기를 지배한 쪽은 한국이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한 홍명보호도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첫 경기 승리가 토너먼트 진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부담스러운 관문'을 드라마틱한 역전승으로 통과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황인범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환호하고 있다. 2026.6.12 ⓒ 뉴스1 임세영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국시간 12일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시에 위치한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을 2-1로 이겼다. 선제골을 내줬으나 2골을 잇따라 넣어 뒤집은 역전승이었다.

여러 가지 칭찬이 아깝지 않은 한판이었다.

부담이 상당했던 경기다. "체코를 이기지 못하면 곧바로 짐을 싸야한다"는 농 섞인 발언도 들렸다. 월드컵에서 1승을 거두는 게 결코 쉬운 일임을 모르지 않는 이들도 주목도를 위해 자극적인 멘트를 거침없이 내뱉었으니 선수들 어깨가 무거웠다. 게다 2차전에 '안방 호랑이' 멕시코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심리적인 압박을 더했다.

결과가 좋지 않을 시 조롱에 가까운 비판이 깔릴 조건이 있었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홍명보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고지대 적응'에 집중했다. 그래서 과달라하라와 환경이 유사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캠프를 차리고 일찌감치 적응력을 키웠다. 조추첨 후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과달라하라 자체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것 역시 유리했다.

하지만 체코는 유럽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느라 3월에서야 본선행을 확정, FIFA가 지정한 미국 댈러스에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환경이 다른 곳에서 훈련했음에도 경기 전날에야 과달라하라에 입성했는데, 팀을 이끄는 쿠베크 감독은 "고지대를 너무 신경 쓰고 싶지 않다. 1차전에서 체코가 어떻게 경기하는지 지켜보길 바란다"는 당당한 출사표를 던졌다.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곤란해질 상황이었다. 고지대에 충분히 적응했다고 생각한 선수들은 전날 들어온 체코에 패했다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고,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가 이 정도라는 외풍도 불 보듯 뻔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김승규가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체코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있다. 2026.6.12 ⓒ 뉴스1 박지혜 기자

심지어 선제골까지 내줬던 경기다. 내내 잘 풀어가던 대표팀은 후반 14분 일격을 당했다. 후반 14분 오른쪽 측면에서 체코가 시도한 롱 스로인이 박스 안으로 투입됐고 크라이치가 쇄도하면서 헤더 슈팅, 한국 골문이 열렸다.

경기 시작 후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던 한국이 한 번에 치명타를 맞았으니 맥이 빠질 상황이었다. 실제로 선수들 표정은 차가워졌다. 그런 암울한 분위기를 뒤집은 승부다.

홍명보호는 후반 22분 이강인이 과감하게 박스 안으로 투입한 것을 황인범이 컨트롤로 수비수를 벗겨낸 뒤 슈팅,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빠르게 만회하지 않았다면 분위기를 바꾸기 어려웠던 상황이라 더 값졌던 득점이다.

그리고 후반 35분 백승호가 투입한 패스를 황인범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교체투입된 공격수 오현규가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을 이겨내고 슈팅, 역전골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황인범이 1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후 손흥민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26.6.12 ⓒ 뉴스1 박지혜 기자

한국 월드컵사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대회로 기억되는 2002년 월드컵과 2010년 월드컵의 1차전 승리보다 더 짜릿한 장면이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나왔다.

아직 2경기나 남았으니 호들갑을 떨 것은 없다. 일단 이상적으로 출발한 홍명보호다. 시작부터 드라마를 썼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