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증' 있어도 문체부 발행 자격증 필요? "탁상행정 피해"
체육회, 전 종목 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 보유 필수
국제적 자격증도 무용지물
-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한 지도자도 K리그 구단을 지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축구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탁상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각 구단에 '대한체육회 경기인 등록 규정에 따라 2027년부터 등록되는 지도자는 문체부 발행 체육지도자 자격증 혹은 교육부 발행 정교사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대한체육회는 2020년 5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체육 지도자 등록 자격을 국가 자격증 소지자로 한정했다. 2021년 10월 개정돼 2023년 1월부터 적용됐다. 이에 따라 K리그 지도자들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2급 이상 전문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이에 축구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축구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까다로운 심사 아래 이뤄지는 'P급 라이선스'가 있기 때문이다.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하면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가장 높은 등급의 지도자 자격증으로 아시아 각국 최상위 리그는 물론 국가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는 자격을 갖는다.
가장 높은 등급인 만큼 획득하기 쉽지 않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AFC A급 지도자 자격 취득 월로부터 36개월 이상 지난 자로서, A급 취득 이후 18세 이하(U18) 이상의 팀에서 1년 이상(1시즌 기준)의 지도경력을 보유한 자만 P급 라이선스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최근 2년간 3개월 이상의 징계 기록도 없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이 같은 종목의 특별함을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 설득에 나섰고, 결국 문체부는 2027년까지 3년 유예 기간을 줬다.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대한축구협회는 문체부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담당자가 바뀌어 다시 처음부터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2027년부터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필수가 된다면 지난해 부천FC를 이끌고 승격, 올 시즌 초반에도 K리그1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영민 감독의 거취도 불투명해진다.
이영민 감독은 다른 K리그 감독들과 다르게 프로 경력이 전무하다. 그는 1996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했지만 1경기도 뛰지 못하고 당시 내셔널리그 소속의 국민은행으로 이적해 선수 시절을 이어갔다.
이처럼 국가대표는커녕 프로 경력이 없는 이영민 감독은 구술과 연수 과정만 거치면 되는 다른 감독들과 다르게 5과목의 필기시험을 비롯해 실기, 구술, 연수 등 4단계를 모두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전쟁 같은 K리그의 한 팀 수장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시험과 일정"이라며 이영민 감독이 부천 지휘봉을 잡고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P급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오랜 시간 K리그에서 경쟁했던 이영민 감독이 2급 이상의 전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프로 무대를 떠나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축구계에서는 "축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축구인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또한 외국인 지도자에 대해서는 예외로 두는 점 등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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