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도전은 감독의 숙명"…부담 앞에서 더 당당해진 황새
2026 K리그1 '우승 0순위' 지목…"우리가 우승하겠다"
"지난해보다 부담 커졌지만 나부터 자신감 가져야"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4년에는 강등을 면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그런데 올해는 2위를 했으니, 새 시즌 기대치가 더 높아지지 않겠는가. 심리적 압박감은 지금이 더 심한 것 같다."
지난해 연말, 예년에 비하면 넉넉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한 팀의 수장을 맡는다는 것은 멋지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만만치 않다. 외롭고 고되다"고 말한 뒤 "감독의 고민은 끝이 없다"며 웃었다.
2024년 여름 강등 위기에 처한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뒤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 잔류를 이끈 황선홍 감독은 2025시즌 최종 2위라는 비약을 이끌었다. 창단 이래 주로 2부에 머물거나 1부리그 하위권을 전전하던 대전은 사상 첫 상위스플릿 진출을 넘어 준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황새의 리더십과 함께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순위표 높은 곳으로 비상했는데, 팀의 위치가 달라지면서 주위 시선도 따라 변했다. 황 감독 어깨도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는 "2위를 했는데 새 시즌 목표가 3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더 큰 목표를 보고 가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면서 "도망갈 일이 아니다. 부담을 이겨내는 것,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은 감독의 숙명이다. 감독인 나부터 자신감 갖고 임해야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피력했다.
아무래도 '도망갈 구석'을 만들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승부사답게 피하지 않았다. 동계 훈련을 모두 마치고 새 시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는 더 당당해졌다.
황 감독은 25일 진행된 '하나은행 K리그 2026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각 팀 감독들로부터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12개 클럽 중 절반인 6개 팀 사령탑이 대전을 꼽았다. 특히 강원을 이끄는 정경호 감독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정 감독은 "K리그를 사랑하는 지도자로서, K리그의 발전을 위해 팀들이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력을 갖춘 팀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게 맞다"면서 "최근 대전이 큰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팀이 우승을 하고 팬들의 사랑을 받아야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러면서 "황선홍 감독님 부담 되겠지만,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를 잡은 황 감독은 우는 소리 없었다. 그는 "모든 팀의 표적이 되는 것은 좋은 일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감독님들이 많아서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내 짧고 굵게 "대전이 우승하겠다"라고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매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지도자와 선수들이 지나치게 예의를 갖추거나 뻔하고 소극적인 대답으로 일관, 맥 빠졌던 것을 떠올리면 베테랑 지도자의 패기는 신선하고 반가웠다.
황선홍 감독이 K리그 사령탑에 오른 것은 2008년 부산아이파크의 지휘봉을 잡으면서다. 1968년생인 황 감독이 막 마흔이 됐을 때인데, 지금도 40대 초반 K리그 사령탑은 찾기 힘드니 파격에 가까운 발탁이었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26년, 황선홍 감독은 여전히 K리그의 중심에서 후배 지도자들 이상의 열정을 내뿜고 있다.
입버릇처럼 "우리는 평생을 승부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다면 승리할 자격도 없다"고 말하는 황새 황선홍 감독. 어느덧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이 됐으나 그는 여전히 '도전' 앞에서 젊고 주저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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