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MVP 후보 박진섭 "앞만 보고 달려온 나에게 '고생했다' 말하고파"

3부리그 코레일에서 시작해 K리그1 전북 우승 주축
"MVP 받아 힘들어하는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 증명하고 싶어"

전북 현대 박진섭.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한때 내셔널리그(현 K3리그) 실업팀 대전 코레일에서 활약하다가 이제는 K리그1 최우수 선수(MVP) 후보까지 오른 박진섭(30·전북)이 지금 당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더 큰 무대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에게 전한 메시지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전북의 주장으로 팀의 10번째 우승에 기여한 박진섭은 하나은행 K리그 2025 MVP 후보에 이동경(울산), 싸박(수원FC)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박진섭은 1일 서울 서대문구의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진행되는 시상식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기대한다고 MVP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의 희망은 갖고 있다"면서 "조기 우승이 쉽지 않은데, 이를 이룬 전북 선수들이 오늘 시상식에서 많은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섭이 최우수 선수상을 차지한다면 2013년 승강제 이후 내셔널리그 출신으로 첫 MVP 수상이다.

앞서 MVP 수상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으며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고, A대표팀 경험이 있는 얼굴들이었다.

그러나 박진섭은 이들과 다르다. 그는 2017년 내셔널리그에 있던 코레일에 입단하면서 성인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코레일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그는 1년 만에 K리그2(2부리그) 안산 그리너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K리그2의 대전 하나시티즌을 거쳐 2022년 '명문 구단' 전북으로 이적하며 K리그1에 데뷔했다. 첫 시즌 박진섭은 주전으로 맹활약하면서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2024년에는 전북의 부진으로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렀던 박진섭은 올해 팀의 주장을 맡아 우승에 기여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오가며 전북이 최소 실점(32실점)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들을 다독이며 팀을 정상 궤도로 올려놨다.

힘든 시기를 겪고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선 박진섭은 "어두운 터널을 길게 지나가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앞만 보고 꾸준히 달린 결과"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온 나에게 스스로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과거의 나처럼 힘든 순간을 겪는 선수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내가 MVP를 받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웃었다.

이어 "힘들 때 늘 프로 선수가 되고 싶은 간절한 목표 의식을 갖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했다"면서 "최근 하부리그 경기도 많은 분들이 지켜보면서 좋은 선수를 찾으려고 한다. 모든 선수가 매 경기를 소중한 시험대로 삼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기회가 올 것이다. 항상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북의 주장으로 팀 동료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진섭은 "전북에서 나 혼자 MVP 후보에 올라 (전)진우에게 미안하다. 진우도 MVP를 수상할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진우를 위해서라도 MVP를 욕심내고 있다"면서 "수비에서 함께 뛴 (김)영빈이 형 생각도 난다. 정말 묵묵하게 헌신하면서 팀에 도움을 많이 줬다. 처음으로 뛰었는데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K리그 MVP는 우선 각 구단의 추천을 받아 진행된다. 구단별로 1명씩을 추천하고 'K리그 개인상 후보선정위원회'에서 최종 후보 3명을 선정한 뒤 감독, 주장, 미디어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된다.

dyk060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