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전 평양서 뛰었던 홍명보 "15만 관중 놀라워…좋은 추억 쌓았다"
1990년 남북 통일축구대회 때 평양 방문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최인영(GK) 구상범 홍명보 정용환 윤덕여 박경훈(이상 DF) 김주성 고정운 이영진 최순호(이상 MF) 서정원(FW)'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1990년 하반기 한 A매치에 출전하던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발 라인업이다. 올드 팬들을 설레게 할 '레전드'들이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교체 멤버가 황보관 황선홍 노정윤 김판근 등이었다. 6일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정말 화려하다"는 말에 "나는 말단이었으나 그때 멤버들은 정말 좋았다"면서 웃었다.
소개한 명단은 지난 1990년 9월11일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남북 통일축구' 친선경기였다. 남북한이 평양에서 대결했던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후 강산이 3번이나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나 그 사이 남자 A대표팀간의 평양 맞대결은 더 없었다. 가장 가까운 한국 축구의 평양방문은 지난 2017년 4월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여자대표팀이 방북, 김일성 경기장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29년 만에 재현이 가능해졌다.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한국과 북한이 같은 H조에 편성됐고 북한이 한국과의 홈경기를 평양에서 개최하겠다는 뜻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분명히 밝히면서 북한 원정이 성사될 예정이다.
홍명보 전무는 "(한국과 북한이)같은 조에 편성됐을 때 평양 원정이 다시 성사될까 궁금했는데, 그렇게 되는 분위기"라면서 29년 전 과거를 회상했다.
친선경기였으나 자연스럽게 정예멤버일 수밖에 없었다. 대회에 나섰던 이들이 그대로 평양으로 갔다. 홍 전무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대표팀이 갔던 경기"라고 말한 뒤 "다른 종목 선수단은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한국으로 갔는데 축구대표팀만 베이징에 남아서 2~3일 교육을 받다가 평양으로 넘어갔다"고 기억했다.
아무래도 지금과 비교할 수는 없던 상황이었다. 홍 전무는 "솔직히 겁도 좀 났다. 하지만 북한을 갈 수 있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때라 설렘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전체적으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홍 전무는 "일정에 좀 여유가 있었다. 정확히 나흘인지 닷새인지는 기억이 희미한데 하루이틀 스케줄은 아니었다. 그래서 훈련하고 경기하고 전후로 여러 곳을 다녀볼 수 있었다"면서 "평양도 한 바퀴 돌아보고 평양냉면도 먹었다. 1990년이기에 북한이 발전한 모습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왔다"고 되돌아봤다.
능라도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팬들은 특히 잊을 수 없다. 홍명보 전무는 "능라도 경기장에 15만명이 들어갔다.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뛰어본 게 처음이었다"고 혀를 내두른 뒤 "그때가 근 30년 전이다. 그 사이에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달라져서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평양에 가는 것을 TV로 보았는데, 평양도 많이 변한 것 같더라"라면서 다시금 기억을 곱씹었다.
아무래도 주목할 경기이기에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도 더 신경을 쓴다는 방침을 세웠다. 홍 전무는 "우리도 이번 평양원정에 주의를 많이 기울이려고 한다. 협회가 (정부 쪽에)요청할 것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요청해서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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