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왜 안 나와?"...어처구니없던 운영, 기만당한 K리그 팬들

유벤투스 선수단 지각으로 무려 1시간 가까이 경기 지연
호날두, '45분 출전 계약'과 달리 결장…팀 K리그, 유벤투스와 3-3 무승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 2019.7.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평가전이 열린다고 공식 발표된 시점부터 근 40일 동안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만남을 기다리며 설렜던 축구팬들은, 기막힌 상황을 목격하고 허탈하게 경기장을 나서야했다. 다행스럽게도 K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유벤투스와 주최 측의 태도는 수준 이하였다.

'하나원큐 팀 K리그 vs 유벤투스' 친선경기가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서로 3골씩 주고받은 끝에 3-3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풍성하게 골이 나왔으나 이날의 결과는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됐다. 팬들은 기만을 당했고 사기를 당했다.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찌는 듯한 폭염 속에 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를 비롯한 세계적인 스타들을 보기 위해 상암벌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은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도 영문 알지 못한 채 부채질만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경기라면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풀어야할 시간인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안쓰러운 음악소리만 반복됐다.

예정된 킥오프 시간이던 오후 8시를 10분 앞둔 7시50분에서야 전광판과 아나운서의 안내로 경기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간단히 정리하면, 유벤투스 선수단의 늑장 움직임 때문이다. K리그 선수단은 6시20분 무렵 경기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그 시각에서야 호텔을 출발했다. 금요일 오후이고 휴가철 등을 감안한다면 교통체증은 당연했고 선수단 버스는 8시가 넘어서야 경기장에 도착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양 팀의 조율 속에 결국 경기는 9시에서야 펼쳐지게 됐다. 제대로 몸도 풀지 않고 온전한 경기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었는데, 그래도 레벨은 어느 정도 달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베스트'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경기력이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졌다.

전반 6분 만에 '팀 K리그'의 첫 골이 나왔다. 오스마르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상대의 공을 차단한 뒤 그대로 공을 몰고 나가 장쾌한 왼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불과 1분 뒤 유벤투스의 만회골이 나왔다. 박스 근처에서 5차례 정교한 패스 과정을 거친 뒤 무라토레가 마무리, 팀 K리그의 골문을 열었다.

초반 장군멍군 이후 전체적인 주도권은 유벤투스가 쥐고 있었다. 이제 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팀이라 조직적으로 소소한 문제들이 나타나기는 했으나 역시 개개인 능력이 뛰어나 보는 맛이 좋았다. 팬들은 선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팀 K리그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손발을 맞춘 지 단 하루에 불과했음에도 진지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고 덕분에 공방전이 가능했다. 오히려 전반 막바지에는 추가골도 넣었다. 김보경이 내준 패스를 세징야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뽑아냈다. 그리고 호날두가 보는 앞에서 '호우 세리머니'를 펼쳐 K리그에 대한 인상을 심어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목을 축이고 있다. 2019.7.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경기장 열기가 뜨거워지던 후반 시작과 함께 팬들은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았다. 출전할 것이라 믿었던 호날두가 계속해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주최 측인 '더페스타'가 호날두가 45분 이상 출전하는 것을 계약조건에 명시했다고 알린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사실상 호날두를 앞세워 티켓을 판매했고 호날두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은 이들이 부지기수인데, 이미 기만당한 셈이다.

후반 초반 팀 K리그가 타가트의 추가골로 3-1까지 달아났는데도 유벤투스의 의지는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였다. 다른 선수들이 몸을 풀던 것과 달리 호날두는 조끼도 벗지 않은 채 벤치에 앉아 있었고, 전광판에 그의 모습을 비추자 팬들의 환호는 야유로 바뀌었다. 후반 25분이 지나자 팬들이 '호날두'를 연호했으나 유벤투스 벤치는 아랑곳없었다.

이후 유벤투스가 2골을 더 넣어 경기는 3-3 박빙의 승부가 됐지만 팬들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호날두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더 분노가 쌓였다. 경기 막바지에는 호날두의 라이벌 '메시'를 연호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 종료 5분 전부터는 일찌감치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이 나와 잔치의 마무리는 더 얼룩졌다. 행복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금요일 밤이 엉망이 됐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