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케이로스, '여우'는 남 생각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 첫 훈련을 감독하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 서구 인천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대표팀 첫 훈련을 감독하고 있다. 2017.8.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심리전(心理戰)이란 직접적인 행위나 충돌 없이 상대에게 심리적 자극과 압박을 가해서 자신들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싸움의 형태를 일컫는다. 진짜 전쟁, 군사적인 무력 충돌에서도 심리전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정치에도 심리전은 중요하고 외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에서도 다르지 않다.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에서 심리전은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피지컬적인 면에 버금가는, 외려 그 이상으로 멘탈이 중요해지고 있는 현대 스포츠에서 심리전은 그 중요성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우리의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 이상으로 상대를 흔들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가 온전하게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채 흥분하게 만드는 것 모두 심리전의 일환이다. 한국 축구가 반드시 넘어야할 적인 이란 축구대표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그러한 심리전을 걸고 있다.

26일 입국장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다. 한국과의 경기는 늘 이란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겸손하게 말하던 그는 27일 인천의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의 첫 훈련에 앞서 "이게 월드컵을 치른 나라냐. 한국 팬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며 윽박지르고 있다.

이어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이 지난 경기 결과 때문에 우리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나쁜 감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이란 원정에서 푸대접을 받았던 것, 어이없는 환경에서 제대로 훈련도 못했던 것,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자신이 한국 대표팀 감독(당시 최강희)에게 '주먹감자'를 날렸던 비매너 등을 모두 생략한 채 '페어플레이를 모르는 치졸한 대응책'으로 폄훼하고 있다. 교활한 여우의 예상했던 공격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작은 것까지 치밀하게 계산하는 스타일의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저한 결과 신봉론자에 가깝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매머드 클럽에서 수석코치로 명장 알렉스 퍼거슨을 보필하며 어떻게 하면 슈퍼스타들을 '구성원'으로 만들어 팀을 정상으로 이끌 수 있는지 보고 배웠다. 맨유 수석코치 시절(2002-2003/2004-2008) 전후로 남아공 대표팀, 레알 마드리드, 포르투갈 대표팀 등 제법 굵직한 팀을 직접 이끌었으나 정작 감독으로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목표에 대한 간절함은 더 커졌다.

결국 감독은 '결과'로 말한다는 것을 이란대표팀을 이끌면서 실천하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1년 4월이다. 2년6개월 계약으로 시작한 이란축구협회와 케이로스 감독의 인연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후 러시아 월드컵까지 4년 연장으로 이어졌다. 이란의 선택은 옳았다.

케이로스의 이란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경기 만에 본선행을 확정했다. 8경기에서 8골을 넣는 것에 그쳤으나 단 1실점도 허용치 않으며 6승2무 무패행진으로 가볍게 1위를 확보했다. 결과를 내면서 내부 경쟁력도 높여 놨다는 게 무섭다. 한국이 주목할 점이기도 하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거의 전 포지션의 더블 스쿼드화가 완성됐다. 케이로스 감독은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점진적 세대교체도 달성했다"면서 "혹 베스트 멤버가 한국을 찾지 않더라도 절대 경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이는, 이미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라 한국전은 동기부여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접어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의 목표는 월드컵 본선이다. 케이로스도 러시아 월드컵이 중요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란은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쩔쩔매게 만드는 등 선전했으나 결국 2무1패에 그쳤다. 이미 이란은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단계에 돌입했고, 당연히 좋은 상대인 한국과의 경기를 대충 임할 리 없다.

경기 시작 전까지 케이로스 감독은 장외 설전을 펼칠 것이고, 경기 중에도 상대 적장과 선수들을 자극하는 운영으로 원하는 목표를 얻기 위해 갖은 수를 펼칠 것이다. 케이로스 감독도 어느새 노장(64)이다. 러시아에서 무언가 보여주지 못하면 다음은 힘들어질 수 있다. 지금 '여우'는 남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