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돌풍 제주, '원정'과 '여름' 넘으면 태풍이 될 수 있다

제주발 돌풍은 태풍이 될 수 있을까. '원정'과 '여름'이라는 벽을 넘어선다면 가능할지 모른다.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발 돌풍은 태풍이 될 수 있을까. '원정'과 '여름'이라는 벽을 넘어선다면 가능할지 모른다. ⓒ News1 이석형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제주발 돌풍이 매섭다. 전북현대가 개막 후 13라운드까지 단 1번도 패하지 않은 채(7승6무) 선두를 질주하고 있으며 매년 시즌 초중반에는 힘을 쓰지 못하던 FC서울이 전북과 박빙의 선두 싸움을 펼치는 등 빅클럽들이 이름값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빛이 덜하지만 제주 유나이티드가 3위에 올라 있는 것은 분명 주목을 요하는 행보다.

제주는 지난 6일 FC서울을 상대로 4-3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엄청난 내용의 경기였다. 적진에서 1-3까지 뒤지고 있던 제주는 믿기지 않는 릴레이포를 터뜨리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제주는 2008년 5월 이후 8년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11경기 동안 2무9패였다.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깼다.

신바람을 탄 제주는 지난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경기에서 다시금 3-2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2-0으로 여유 있게 앞서가다 2골을 내리 실점해 분위기가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후반 38분 권순형의 결승골로 '펠레 스코어' 승리를 챙겼다.

2연승과 함께 제주는 7승2무4패 승점 23점으로 전북과 서울에 이은 3위에 올라 있다. 3위라는 자리는 제주에게 상징적인 위치다. 올 시즌 궁극적인 목표가 3위 이내 진입이다. 이는 곧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의미하는 성적이기도 하다. 조성환 감독은 "올해는 기필코 ACL에 나가야한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조 감독이 '올해는 꼭'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최근 몇 년간 3위보다 조금씩 부족한 성적으로 인해 꿈이 좌절됐던 까닭이다.

박경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 2010년 2위에 오르면서 '오렌지 돌풍'을 일으켰던 제주는 이후 뒷심 부족으로 ACL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2년 6위, 2014년 5위, 지난해 6위 등 늘 중상위권이었다. 조성환 감독이 "꼬리표 같은 '중'자를 꼭 떼어버려야 하는 해"라고 강조한 것은 이것이 '한계'가 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적어도 지금까진 분위기가 좋다.

올 시즌 제주 돌풍의 원동력은 단연 막강 화력이다. 올 시즌 제주는 득점(29골), 도움(22개), 슈팅(208개)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닥공' 전북(24골)도 '아데박'의 서울(28골)도 제주의 득점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5월 이후 4승1패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무려 15골을 몰아쳤다. 페이스가 좋다.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제주가 15일 오후 7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상주상무를 상대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4라운드 원정경기를 갖는다.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경기다. 일단 시즌 첫 3연승 도전이다.

조성환 감독은 "연패를 줄이고 연승을 늘리는 게 강팀의 조건이다. 그동안 2연승은 두 차례 있었지만 3연승은 없었다.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면서 "상주전은 강팀으로 거듭날 제주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비중을 설명했다. 마침 상주가 리그 최다실점(13경기 26실점) 팀이라 공격력이 강한 제주로서는 자신감이 생길 상대다.

두 번째 의미는 '원정'에 대한 두려움을 확실히 떨칠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섬'이라는 연고지의 특수성 때문에 다른 팀들보다 원정의 어려움이 크다. 숙소에서 짐을 꾸려 공항으로 이동하고 비행기로 육지를 밟은 뒤 다시 해당 경기장으로 움직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에너지 소모가 크다.

그런 탓인지 확실히 원정 승률이 좋지 않다. 홈에서는 4승2무1패(승률 71.4%)인데 원정은 3승3패 반타작에 그치고 있다. 1위 전북(64.3%), 2위 서울(78.6%), 4위 성남(66.7%), 5위 울산(75.0%) 등 경쟁 구단들의 원정 승률과 견주면 부족함이 느껴진다.

원정에 대한 고충은 날씨가 무더워지는 여름의 중심으로 향할수록 더 심해진다는 게 문제다. 시즌 초반 승점을 많이 벌어두고도 한여름을 통과하면서 점수를 계속 까먹어 결국은 상위권 진입이 어려웠던 것이 매년 반복된 제주의 패턴이었다. 때문에 상주전은 또 중요하다. 아직 6월이지만 사실상 기온은 이미 여름이다.

심상치 않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주가 올해는 이 바람을 시즌 후반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상주전은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만약 원정과 여름이라는 난관만 잘 극복할 수 있다면, 그들의 돌풍은 태풍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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